한국 남성들의 담배인심은 정평이 나있다.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면서 흔히 담배를 권한다.

초면의 어색함이 연기로 날아간다.

이 순간만은 "백해무익"의 대명사를 "백해일익" 정도로 승격시킬수 있지
않을까.

일부 애연가들에게 담배는 "사색의 도구"로 떠받들어질 정도.

그러나 여성흡연 특히 배우자의 흡연에 관해서는 아직도 정색하는 남성들이
많다.

담배를 단순한 기호품이 아닌 남성의 전유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공연하게 여성흡연 반대론을 펴는 남성도 드물다.

여성흡연을 반대할 논리가 없어서다.

기껏해야 "태아 유해론" 따위의 억지주장으로 목소리를 높일뿐.

"여성흡연 어떻게 볼것인가?"

케케묵은 주제이다.

그러나 우리사회 통념은 아직도 여성흡연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Y-FILE팀은 신세대들이 여성흡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봤다.

토론 참석자는 박형근(28.삼성항공) 김수정(26.서울광고기획) 황영하
(27.엘렉스컴퓨터) 이정임(25.연세대 국문과 석사과정) 등이다.

<> 박형근 =개인적으로 여성흡연을 반대한다.

적절한 반대논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면서 알게 모르게 형성된
내 자신의 가치관이 여성흡연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에 안좋다는 식의 반대가 아닌 미관상 안좋다고 반대하면 정신
병자 취급을 받을 것 같다.

<> 김수정 =담배는 단순한 기호품에 불과하다.

니코틴이 몸에 해로워 피우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담배를 피우는
선택권이 남성에게 있듯이 똑같은 권리가 여성에게도 있다.

전통적 가치관으로 개인의 행동을 얽어매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수 없다고 생각한다.

<> 황영하 =여성흡연이 떳떳하다면 왜 길거리에서 당당하게 피우지 못하는지
궁금하다.

여성들 스스로도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해 죄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이정임 =여성이 길거리에서 담배 한개피를 피우고 겪게 될 불편을 상상해
보라.

여성이 카페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조차 상상할수 없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마찬가지다.

외국의 길거리에서 여성들이 담배를 피우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여성들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담배를 피울수 있을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 박형근 =담배가 단순히 기호품이 아니라 남녀평등의 도구로 이용되는
것 같다.

<> 김수정 =남성들이 먼저 여자니까 안된다는 식의 강압을 가했기 때문이다.

<> 황영하 =세대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여성흡연에 반대하는 남성들은 극히
일부라고 알고 있다.

<> 김수정 =여성흡연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남성은 드물다.

가령 여성흡연을 찬성하는 남성들도 그 범주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는 제외
하고 있다고 들었다.

최근 직장에서 여성흡연문제를 얘기할때 느낀건데 우리나라 남성들은 여성
흡연을 드러내놓고 반대하지 않을 뿐이다.

<> 이정임 =대부분의 남성들이 여성흡연에 대해 유연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자신의 애인이나 부인에게는 강경한 자세를 고수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 박형근 =여러 자료를 보면 담배가 여성에게 더 해로운 것으로 되어 있다.

특히 태아에 안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지겹도록 들었다.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가 악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것을 방관할수
있겠는가.

<> 이정임 =여성흡연과 관련된 통계 등이 신문지상에 끊임없이 게재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들은 대부분 여성흡연자와 관련된 잘못된 미신들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가령 여성들이 담배 한개피만 피워도 기형아를 출산한다는 식이다.

<> 김수정 =흡연이 기형아 출산과 직결된다면 여성들은 직장에도 나가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간접흡연도 무척 해롭다고 들었다.

집안에 틀어박혀 있지 않고서는 흡연의 피해를 당하지 않을 만한 장소가
있는가.

<> 황영하 =습관적인 흡연으로 건강을 위협받고 있지만 남성에게 담배는
하나의 "멋"이다.

그것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만 지키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여성에게 담배는 멋이 될수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이 여성흡연자를 양산
하고 있다.

<> 이정임 =억압속에서 왜 피우느냐는 주장은 남성중심적인 사고방식이다.

억압적인 상황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반발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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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손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