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한 <무공 통상정보본부장>

그동안 각종 언론을 통해 여러차례 사망한 것으로 보도되었던 등소평의
사망이 중국정부에 의해 공식 발표되었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인 등소평의 사망으로 앞으로 중국은 역사적인
분기점에 서게되었다.

등사후 중국의 향방에 대해 서방 일각에서는 강택민의 지도력 부족,
군부태 지지기반 취약 등으로 강택민중심의 현 집단지도체제가 붕괴되고
공산당의 지도력 약화, 지방세력의 대두, 소수민족 독립운동 확산 등으로
중국이 구소련처럼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는 극단적 전망도 내놓은 바가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강택민 체제는 "등소평의 부재"를 이미 공식화하고
등 이후에 대비, 지도부의 단합, 안정에 주력하는 등 끊임없는 대내외 정세
안정화 정책을 적극 추진해왔기 때문에 당분간 현 지도체제가 별다른
무리없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 고위층 어느 누구도 과거 모택동과 등소평에 필적하는 확실한
권력기반을 구축하지 못한 상황하에서 등소평이 내심 후계자로 지목한
강택민은 이미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지지기반 확충에 나서 과거 모택동,
등소평도 누리지 못한 당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 주석 등 당, 정,
군의 최고 직위를 동시에 보유하면서 지방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권력기반을 보강해왔다.

또한 향후 중국이 필요로하는 지도자가 복잡다기한 정책현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테크노크라트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기술관료 출신인
강택민은 여타 주자를 능가한다.

지금까지 중국 정치는 모택동과 등소평과 같은 개인적 카리스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여 왔으나 현재 중국사회는 고도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경제사회적 문제의 해결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정책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96년 건국이래 가장 성공적인 경제상황을 연출한 강택민의
입지에 더욱 무게를 더해주는 것이다.

한편 중국경제는 등소평 사망 이후에도 기본적으로 현재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확립을 목표로 하는 개혁개방정책 기조가 되돌릴수 없는
대세로 계속 유지될 것이다.

등소평의 사망이 중국 지도층 내부의 위기인식의 공유로 이어질 경우
정치적 고려가 경제적 합리주의를 우선하는 정치우선주의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며, 이에따라 보수화 희귀로 일련의 시장화 개혁프로그램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도 없지않으나 이는 등소평 사망이라는 심각한 충격에서
오는 반사작용으로서의 단기적,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실제 개혁개방으로 인한 고도 경제성장은 국민 생활의 질적개선에
획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혜택에 대한 기대는 군부는
물론, 중국 사회 전체 구성원의 국민적인 콘센서스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WTO 가입의 지속적 추진 등으로 경제체제가 이미 상당히 개방화되어
있으며, 중국지도층 인사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수파까지도 개혁개방
정책이 필수불가결하다는데 모두 공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작금의 중국은 사회주의체제하에서는 정치변혁에 따라 경제변혁도 바뀌게
마련이나 경제변혁에 따라 정치체제가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중국 지도부는 개혁개방정책은 지속하되 그동안의 고도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지역간.계층간 소득격차, 국유기업 개혁문제, 인플레이션,
실업문제 등 국민들의 불만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민생안정에 역점을 두는
안정성장 정책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등소평 이후에도 개혁개방 노선이 계속 지속된다고 볼 때 한중간의
경제협력 관계도 현재의 기본적인 협력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 지도부가 경제운용 기조를 어떻게
정하느냐이다.

개혁개방의 기수 등소평의 사망은 경제성장 중시론자들의 입지를 좁힐
뿐아니라 과도기적인 체제변혁기하에서 중국 지도부는 지역간.계층간
소득격차, 인플레이션, 대량 실업문제 등 국민불만 요인 해소를 위해
당분간 긴축기조를 보다 강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외환사정의 악화로 이어지면서 완제품을 중심으로 한 단기적인
수입억제와 함께, 대중 교역상의 납기불안, 계약파기 등 문제점도 야기될
전망이다.

투자면에서도 기본적인 우리의 대중사업 기조는 변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등소평 사망에 따른 불안심리 고조와 과도기적 상황하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경제사회의 혼란, 정책의 일관성 결여 등으로 인한 사업여건
악화로 일시적인 대중국 투자심리 위축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일시적인 것으로 장기적으로 중국과의 경제관계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미, 일 등 주변 경쟁국에 비해 중국진출이 늦은 우리 업계로서는
역으로 이를 중국시장 확보 기회로 활용한다는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태도가 요구된다.

특히 개혁개방의 심화와 중앙정부의 통제력 약화로 지방과 중앙 각 부처간
경제적 자율권 이양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바, 그에따른 대중사업의 협상
여지와 진출기회가 보다 늘어날 것이다.

또한 국유기업 개혁참여를 통한 설비 및 플랜트 수출확대, 내수시장
진출기회 증대라는 긍정적 측면도 다수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향후 프로젝트 추진에 있어 중앙정부 뿐만아니라
지방정부와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방정부와의 유대
강화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잇다.

우리 입장에서는 중국에서 파동이 발생할 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에 대해 처지를 이해한다는 식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인정투자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결국 등소평의 사망으로 인한 단기적인 심리적 불안요인은 조기에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중국의 WTO 가입 노력에 따라 무역
및 투자장벽이 완화될 것이라는 점, 한중 양국경제의 상호 보완성 등을
감안할 때 대중 투자 및 교역은 장기적으로 지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