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장님께서 내 비앰더블류를 사신대서가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몸주긴 싫고 차는 팔고 싶고 그런 거지. 박여사는
속으로 그렇게 분석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기 속을 안썩이면서 하룻밤 놀아줄 애가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9시가 넘어도 아무도 박사장을 찾는 놈은 안 나타난다.

자존심이 상한 박여사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면서, "이봐, 미스터 림.
오긴 뭐가 와? 여기 이 터미널같은 데서 금요일의 황금같은 밤시간을
낭비하라구!

자신없거든 나는 가겠어. 미스터림 아니면 내가 놀 남자 없어서 이러고
있는줄 알아. 돈만 주면 쌘게 제비들이라구. 싱싱한 제비들"

원색적인 히스테리가 시작되려나.

능수능란한 박사장이었지만 그녀의 무서운 성깔은 양미간에 잔뜩 그려진
굵은 두줄의 주름살로 소름이 쭉쭉 돋게 한다.

지영웅은 임기응변으로 아직까지는 잘 진행이 되었는데 갑자기 뭔가
크게 뒤틀린 것 같다는 초조감 때문에 안절부절한다.

사뭇 진땀이 줄줄 흐른다.

"박사장님, 제가 다시 한번 전화 넣어 볼게요 참으이소! 항우장사 뺨치는
물고은 제비라예"

갑자기 침착성을 잃으면서 지영웅이 자리를 뜬다.

이놈의 새끼들이 모두 어디가서 얼어죽었나? 그놈도 나처럼 에이즈검사를
받은 증명서를 가지고 다니는 놈이었으면 좋겠다.

아니다.

어젯밤에라도 혹시 재수없어서 에이즈 있는 사람과 맞닥뜨렸으면 그건
운명이다.

등에 식은땀이 또 주르르 흘러내린다.

빌어먹을 놈의 팔자 하느님은 주무시는가? 내가 그만큼 기도를 드렸는데도
안 들어주시니.

"복권 당첨을 제발 하느님! 나에게 허락하소서. 말 잘 들을테니, 제발
나에게 복권 당첨의 기회를 주소서.

그래야 내가 하느님의 아들노릇 잘 할것 아닌교"

그는 소대가리 형님에게 다시 다이얼을 돌린다.

언제나 느긋한 소대가리형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기 소우진개발의 미스터 소입니다"

"아이구 나의 구세주인 형님, 그래 섭외는 돼 있습니까?"

"그럼, 벌써 이야기했지. 너두 갸 아는 앤지 모르겠다.

영주에서 올라왔다는 백영치라구 기억나냐? 너하구는 하룻밤 무슨
생일파티에서 같이 춤을 췄다는데. 그 애는 아직 스물두살이거든. 이쁘고
춤 잘 추구 키 크구, 있잖아"

"아, 네. 백영치 그 애는 약해요. 박여사는 보통내기가 아니거든요.
물개의 여왕이라구 했잖어유. 그런 싱금초가지고는 어림두 없어유"

그러면서 지영웅은 백영치가 가엾어져서 눈물이 다 글썽해진다.

그 코스모스같이 하얀 애가 박여사 등쌀에 얼마나 견디어낼까? 안됐다,
가엾은 것.

"야, 임마. 보건소에서 검사 제대로 하고 영업하는 놈이 그 애밖에
더 있냐? 박사장은 나의 큰 고객이라구.일찍 황천가면 안돼. 내
브이아이피라구"

"그래두 그 여자는 살인적이유. 그것은 상식으로 알아둬유. 형님,
리비아호텔에서 작년에 복상사해서 죽은 애 이야기 알아유? 형님 조심해유.

그런 사건 또 나면 형님도 양심상 이 영업 못할 거유. 조직의 비밀도
경찰에 누설되구"

지영웅은 공연히 심사가 틀려서 볼 부은 소리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