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학회는 13일 창립 23주년을 맞아 한국종합전시장 대회의실에서
97년도 정기 국제학술발표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송의영동국대교수 이토 모도시게 동경대교수 왕윤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역통상실장 등이 전략적 무역정책의 과제와 방향
등에 관해 주제발표를 하고 참석자들과 토론을 벌였다.

주제발표의 주요내용을 요약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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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대외통상정책과 한국의 대응방안 ]]

왕윤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실장>


미국의 대외통상정책은 다궤도 접근(multi-track approach)을 취하고
있다.

다궤도접근이란 대외통상정책의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교역상대국의
시장개방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려는 전략이다.

우선 미국은 WTO체제를 통하여 다자간 무역규범을 제정하고 다자간
협상을 통하여 각 회원국의 시장개방을 가속화하려는 노력을 펴고 있다.

아울러 NAFTA, APEC, TAFTA, FTAA 등을 통하여 지역무역협정의 차원에서
회원국간 보다 광범위한 시장개방의 성과를 달성하고자 한다.

미국의 대외통상정책은 이와 같이 다양한 협상의 장을 통해 미국의 국익을
반영하도록 설계.고안되고 있다.

원론적으로 WTO체제를 지지하고 자유무역의 창달을 주장하면서도 교역
상대국의 행위가 미국의 국익에 불리한 경우에는 공정무역의 개념을 가차없이
적용하고 있다.

미국의 통상법은 공정무역의 개념에 기초한 호혜적 상호주의와 보복조치를
합리화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통상정책은 일방적인 자유무역의 지향보다는 교역상대국의
시장개방을 유도하는 전략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다양한 통상정책의
수단을 활용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는 대외적으로 외교.안보.통상문제에 있어서 더욱 힘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선 95년 1,734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96년에도 더욱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혜적 상호주의에 입각한 시장개방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미국은 무역수지의 적자폭을 줄여나갈 것이다.

특히 중국, 일본, 한국, ASEAN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미국의 수출시장
확대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94년 10억달러,95년 63억달러에 달하였던 대미 무역수지 적자가
96년 1백15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한국은 미국업계에 더욱 매력있는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는 한국의 자동차시장을 전략적 이행분야로 지정하고
있으며, 한국과 새로운 통신협정 체결을 모색하고 있다.

대미 무역수지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개별
통상현안을 중심으로 시장개방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니라나도 미국측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미국은 철강, 반도체 등 우리나라의 대미 주요 수출품에 대하여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수입규제는 주로 반덤핑, 상계관세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섬유류 원산지규정을 개정하여 96년 7월부터 시행함으로써 미국의 수입할당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있다.

미국의 수입규제조치 중 일부는 WTO규범에 위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묵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공세적 통상정책이 유효하게 작용하는 이유는 상무부, 무역대표부
등 미국의 통상정책을 주도하는 정부부처가 항상 업계의 불편한 점을
해소하고자 하는 서비스정신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력이 있는 수출상품이 자칫 정부의 무관심으로 무역장벽을 넘지
못한다면 곤란한 일이다.

정부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반 여건을 개선하고, 업계의
고충을 해소하는 데 발벗고 나서야 한다.

아울러 우리 경제의 국제화, 선진화 차원에서 국내제도의 개선을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불필요한 한.미간 통상마찰로 인해 양국관계가 소원해 지는 것을
방지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미국과 기 체결한 무역협정을 성실히 이행함으로써 양국간 신뢰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한편 미국이 선호하는 WTO분쟁해결기구에 대해 수세적 입장을 취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어차피 WTO규범에 위배되는 국내의 제도와 관행은 사라져야할 것이지만
WTO분쟁해결절차를 통해 우리나라가 설령 패소한다고 해도 손해볼 것은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