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개발은 관리가 매우 힘들고 이에따른 리스크가 크다.

제품개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품이 고객의 니즈(needs)에 부응하거나
혹은 개발한 신제품이 새로운 고객 니즈를 창출할 수 있을 만큼 혁신적이어야
한다.

제품 출하의 타이밍도 가능한한 최대의 시장을 점유할 수 있도록 잘
맞춰져야 한다.

또한 가격과 품질도 반드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하며 유통채널과
영업조직도 타깃 고객에게 맞게 조정돼야 한다.

제품개발 프로세스의 새로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동시병행설계", 이를
위한 "정보기술"과 "프로세스의 재설계"문제 등을 살펴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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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윤성 < AT커니 컨설턴트 >

상당수 기업들의 사업성패는 그 기업의 신제품 출하와 신규 서비스의
시작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높은 수익과 성장률을 자랑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적어도 매출액의
절반을 지난 5년간 개발한 제품으로부터 얻는다.

요즈음 기업들의 제품개발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또한 신제품 개발 방법도 고품질의 서비스를 개발하는 쪽으로 나가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프로세스 개발을 제품 개발에 통합시켜 가능하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항공산업의 경우 보잉사의 민항기 제조 그룹은 디지털 목업
(digital electronic mockup)을 이용해 설계 및 개발 프로세스에서 서류를
상당부분 없앤다.

이 방법은 최근 개발된 777모델에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쓰이게 되었는데
그 결과 도면설계 수작업과 접합 및 공차검토용 실제 모형제작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또한, 이를 통해 제품의 실제 제조시에 행해지는 값비싼 설계 변경을 피할
수 있어 중복 시도 및 에러도 없앨 수 있었다.

제품 개발 프로세스의 초기부터 함께 작업한 777항공기의 주요 고객사는
당초 제안한대로 날개 부분을 변경하면 비행기의 크기가 너무 커져서 자사의
정비센터에 맞지 않다는 것을 미리 알게 된 것이다.

이렇듯 고객사를 제품개발 프로세스 초기부터 참여시킨 결과 보잉사는
제품을 실제로 제작하기 전에 이미 설계에 필요한 변경을 모두 적용해 볼 수
있었다.


<> 동시병행설계 = 가장 최근까지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고전적인 방식으로
제품 개발을 추진해 왔다.

제조 부문에서 생산 및 현장 서비스 문제들을 해결하고 생산비용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제품의 실제 생산까지도 맡아 했었다.

이제 이 모든 것은 변했다.

새로운 제품개발 방법론을 도입하면 제품이 설계되고 있는 동안 이러한
문제점들을 예측할 수 있다.

즉 아주 초기에 문제를 바로잡아 처음부터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바로 이 "동시 병행 설계"를 도입하고 있다.

엔지니어링 마케팅 생산 구매 및 서비스 조직의 근로자들이 한 팀을
이루어 서로의 전문 지식 및 경험을 제품개발 초기부터 공유한다.

그렇지만 진정한 의미의 "동시 병행 설계"를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동시병행설계는 올바른 제품개발의 기회를 창출해 주는 것일 뿐이다.

진정으로 성공하고 싶은 기업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제품 개발
주기의 기본 가정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가정중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제품에 품질을 설계해 넣는
것이다.(Design quality into product)

동시 병행 설계를 하면 실제 모형을 제작하기 전이라도 제품의 디자인을
단지 엔지니어링의 시각에서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

동시병행설계를 통해 기업들은 두가지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전과정을 통해 제품의 높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생산비용을 낮추고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실제 생산에서 번복될 수 있는 변경을 설계 단계에서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점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은 "현장에서(혹은
더 나쁜 경우에는 판매나 고객 서비스 부서에서)나중에 고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바로 이런 마음가짐 때문에 판매, 시장 점유율, 수익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기업들이 "처음에 제대로 한다"라는 사고를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 심는 것이다.

<> 목적 실현 도구로서의 정보 기술 = 동시 병행 엔지니어링팀
구성원들의 상호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프로젝트 규모가 작다면 구성원들 모두가 한 장소에서 작업을 할 수
있겠지만 대규모의 프로젝트라면 고객 파트너 회사 및 주요 협력업체까지
동참해야 하는 동시 병행 설계가 한 곳에서 이루어질 수는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PDM(Product Data Management)과 같은 최신 정보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컴퓨터 및 상호 작용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통해 "가상"개발팀을 만들 수
있다.

구성원들은 어느 곳에 있든지 위와 같은 도구를 통해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팀 구성원들은 가능한한 실물 크기에 가까운 제품의 모델을 필요로 한다.

이는 전자적 시제품으로 해결할 수 있다.

팀 구성원 모두는 각자의 지식 교육 경험 및 필요에 기반하여 각기 다른
시각으로 제품 설계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케팅과 고객 관리 부서에서 온 구성원들은 제품의 외형은
어떨지, 어떤 특징을 갖게 될지, 성능은 어떻고 비용은 얼마나 들 것인지
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반면 엔지니어들은 제품의 형태와 레이아웃, 크기와 소재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제품의 개념에서 실제 생산에 이르기까지 제품개발의
전과정을 통해 모든 각도에서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전자적 시제품은 실제 제품을 컴퓨터를 이용해 3차원으로 나타내 본
것이다.

이 전자적 시제품은 기존에 널리 사용되었던 제품 모형을 대체할 수 있다.

제품 설계자들은 고성능 컴퓨터를 통해 제대로 모양을 갖춘 시제품을
모니터 화면상에 그려볼 수 있으며 이를 회전시킬 수도 있고 어떠한 형태
혹은 각도로도 제품을 바꿀 수 있다.

전자적 시제품은 모든 크기의 자동차 비행기 기계류를 총망라하여 이들의
부품 세부품목 등을 연결시키거나 디스플레이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러한 시제품을 어떤 용도로 이용하든간에 표준화되고
입증된 데이터 모델을 기반으로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 프로세스의 재설계 = 제품 비용과 소유권 비용의 절감을 위한 두번째
전제조건은 제품개발 프로세스의 재설계이다.

동시병행설계는 서서히 도입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는 전체적인 검토를 거쳐야 하며 모든 가정은
응용되기 전에 반드시 재검토를 해야만 한다.

프로세스의 재설계에는 훌륭한 인재들이 배치되어야 한다.

평가 메커니즘과 구성원들에 대한 인센티브 등도 확실히 하여 구성원들의
회의와 복지부동을 일찌감치 불식시켜야 한다.

또한 교육 및 커무니케이션 문제를 초기부터 해결하여 동시 병행 설계팀의
성과를 프로세스 재설계팀이 배가시킬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일관된 정보 기술 아키텍처로서 이를 통해
사원들이 새로운 도구를 이해하고 제품의 데이터 파일에 쉽게 접속하며
응답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결과 이와 같은 새로운 방식의 제품 개발 프로세스가 가져다 주는
실질적인 효과는 무엇인가.

우선 모든 이해 당사자의 생각이 제때에 반영되므로 제품 개발과
출하주기가 짧아진다.

제품 개발 프로세스의 후기에 발생할 만한 문제를 초기에 발견하여 이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제품개발 시간의 단축에 따라 노동시간이 줄어들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비용절감을 이룰 수 있는 또 한가지 방법은 추적 시스템을 통한 시간
소모적인 검토와 현황 업데이트 등의 과정을 없애는 것이다.

전자적 시제품이 사용되고 제품 개발 프로세스가 재설계되면 프로세스의
모든 이해 당사자들은 스스로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복잡한 컴퓨터 소프트웨어나 추적 시스템 등을 사용할
필요는 없게 된다.


<> 한국기업에 대한 시사점 = 그렇다면 한국 기업들은 어떤가.

간단히 말하면 한국 기업들의 제품개발 프로세스는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상당히 많다.

이 문제들은 크게 기술적 체계적 두 범주로 나눌 수 있다.

기술적 문제는 첨단기술력 및 기술인력의 부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기에 해결될 수 있다기 보다는 장기적인 노력을 요하는
것이다.

정부도 지원을 해야 하고 경영진들이 상당한 자금 및 정책적 투자를
감행하겠다는 의지로 끈기있게 추진해야만 해결될 수 있다.

이 분야의 투자 수익은 당장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더욱 글로벌화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반면 체계적인 문제들은 좀더 구조적으로 접근해 보면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도 있다.

체계적인 문제들이란 상품 기획 정보 기술등을 포함한 제품 개발
프로세스와 같은 것들이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많은 한국 기업들은 제품 기획을 하지 않거나
한다고 하더라도 극히 미약하다.

상품기획 단계에서 기업들은 시장의 니즈를 현실화하기 때문에 상품
기획은 매우 중요하다.

상품기획은 업계 및 시장 고객 제품 출하 전략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을
필요로 한다.

상품기획 능력이 충분치 않다면 제품개발에 드는 많은 투자와 에너지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체계적"범주의 또다른 문제는 실제 개발 단계의 프로세스이다.

한국 기업들은 상위 레벨의 프로세스는 제대로 정의해 놓고는 있지만 좀더
세부적인 하위 프로세스(예를 들어 필요한 활동 등)에 대한 정의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제품개발상의 문제는 "그때그때 해결"하는 식으로 흐르게 되고
그러다보니 프로젝트관리는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흔히 볼 수 있는 오류중 하나가 바로 ISO9000시리즈를
프로세스 교과서로 간주하는 것이다.

ISO9000시리즈는 프로세스의 교과서라기 보다는 일상업무를 조직하고
재정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만일 기업의 일상업무가 프로세스로서 정립된 것이 아니라면 ISO9000
시리즈의 문서들은 결코 교과서로서의 기능을 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모든 활동을 우선 프로세스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PDM과 같은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제품개발에 혁신을 기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못할경우 정보기술에 투입된 엄청난 투자가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실패를 위한 도구로 전락해 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정보 기술도 마찬가지로 프로세스의 관점에서 접근을 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프로세스의 재조직과 재설계도 실행해야만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