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은 들을수록 좋은 노래다.

우리나라의 구석구석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걸, 다른 나라에 많이 가보기
전에는 몰랐었다.

해뜨는 동해바다와 해지는 서해바다가 그렇게 서로 다르게 아름답다는
것도 예전엔 몰랐다.

서해에는 여인숙도 없고 깨끗한 민박들만 있어서 보기 싫게 상업화되지
않는 "난지도 라는 작고 예쁜 섬이 있다.

하나로 쭈욱 나있는 좁고 예쁜 길을 따라 국민학교와 우체국을 지나
꼬불꼬불 걸어가면 섬사람들의 자랑인 난지도 해수욕장이 나온다"

그런데 그 바다 앞에 서면 후욱 꺼지듯 한숨이 나온다.

여름 한철 몰고 지나간 피서객들의 흔적을 겨울바다에서 찾아보는 일은
쓸쓸하다.

바람 빠진 공과 깨진 맥주병 조각들과 노래방 단란주점이라는 끌씨가
쓰여 있는 울긋불긋한 천막들.

아마도 10년전쯤 그곳은 무척 아름다왔을 것이다.

우리는 그럴때 바다의 얼굴을 성형수술 해주고 싶다.

아니 변한 것은 바다가 아니다.

그 어느곳의 지도에나 밑줄 긋고 상처 내놓는 사람들의 흔적이다.

섬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관광화될 수밖에 없겠지만 이런 식으로는
아닐 것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많은 섬들이 그렇게 버려지고 있다.

나는 문득 가볼 수 없는 금강산이나 구석 구석에 숨어있을 저 북쪽의
절경들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그쪽 역시 우리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버려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다.

군사기지화 되어 이러저리 파헤쳐진 슬픈 땅들의 어두운 구멍들을
상상해 본다.

그럴때 통일에 대한 생각은 단순한 기쁨만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조차 모르는 우리들 마음의 지도에는
그렇게 시커먼 낙서들이 휘갈겨져 있다.

마치 될대로 되라고 악이라도 쓰는 것같다.

우리나라에는 아름다움의 눈높이를 지닌 환경미화 장관이 한사람
있었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우리 강산이 보기 싫게 상업화되는 것을 막고 자연스럽게
내버려두되, 어디에나 편리하고 깨끗한 시설이 갖춰지도록 하는 그런
정책을 펴면 좋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