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에서 고속도로를 따라 남서쪽으로 40여분을 달리면 나즈막한
아파트와 연립주택단지가 넓게 펼쳐져 마치 서울의 잠실지구와 비슷한
느낌을 안겨주는 셰르홀멘 (Skarholmen) 신도시의 모습이 나타난다.

전철로는 스톡홀름에서 20여분이 소요된다.

셰르홀멘은 스웨덴에서 벨링비 팔스타에 이어 세번째로 건설된 신도시
이다.

셰르홀멘 역시 벨링비와 마찬가지로 사회민주주의 이념에 바탕을 둔
치밀한 도시계획에 따라 개발됐다.

도시의 모습이나 개발목적, 건설후에 나타난 문제점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신도시와 흡사한 점을 지니고 있어 국내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지역은 신도시가 들어서기 전인 60년대초까지만해도 별장지대였다.

스톡홀름으로 바로 연결되는 제4호 유럽고속도로 (E4)와 스웨덴에서
두번째로 큰 멜라렌호수가 근처에 있었던 탓이었다.

스톡홀름 시정부가 셰르홀멘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키로 한 것은 1952년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이다.

스톡홀름 시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이후의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주택난 해결을 위해 교외에 신도시를 개발키로 했다.

시정부는 65년 스톡홀름과 셰르홀멘 지역을 연결하는 지하철 건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신도시 개발에 들어갔다.

셰르홀멘 신도시의 특징은 높은 용적률에도 불구, "ㄷ, ㅁ자형 폐쇄형"
공동주택단지 조성으로 비교적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어낸데 있다.

아파트를 ㄷ, ㅁ자형 폐쇄형으로 배치할 경우 가운데 공간이 생겨
주민들이 공동생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더러 토지이용 효율도
그만큼 올라간다.

또 하나의 특징은 모든 택지는 시정부가 소유한 상태에서 주민들에게
임대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따라서 주민들은 주택만 자기 것으로 소유하게 된다.

택지는 장기(60년)임대 형식으로 제공되고 있다.

택지를 시정부가 소유하게 된 것은 신도시를 개발하기 전에 이 지역
땅을 시정부가 모두 사들였던데 따른 것.

매입자금은 시의회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금융권에서 저리로 융자받았다.

또 택지를 임대하는 것이 분양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시정부에 이익이
된다는 분석도 택지임대방식을 선택한 이유의 하나였다.

셰르홀멘이 신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66년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부터이다.

시정부는 이때부터 주민들을 입주시키기 시작, 70년까지 약 2만6천가구의
주택을 공급했다.

셰르홀멘 신도시는 90년대초까지 팽창을 계속하며 완성도를 높여 갔다.

셰르홀멘 신도시는 브래댕 보르베리 세트라 셰르홀멘 등 4개의 주거지구
(주구)로 구성됐다.

총면적은 2백90만평이지만 호수를 제외한 순수 신도시 면적은 약
2백51만평이다.

우리나라 분당 신도시 (5백90만평)의 절반에 조금 모자라는 면적이다.

하지만 거주하는 인구는 분당의 13분의1 수준인 3만명 정도이다.

각 주구에는 주구중심이 있고 신도시내 주주구인 셰르홀멘에는 센츠룸
으로 불리는 지구중심이 위치해 있다.

벨링비를 비롯한 다른 신도시와 같은 공간구조이다.

다만 셰르홀멘센츠룸은 규모면에서 다른 지구중심을 압도한다.

이 곳에는 세계적 조립식 가구회사인 IKEA의 본사 및 대형매장을 비롯
자동차 전시장 백화점 대형 할인매장 등이 다수 들어서 있다.

이 때문에 스톡홀름에서까지 쇼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셰르홀멘 신도시내 주택은 전체면적의 약 30% 수준인 87만평의
주거지안에 아파트 연립주택 단독주택의 세가지 형태로 건설됐다.

주택수는 모두 1만2천8백가구이고 전체 주택의 84%는 아파트 및
연립주택이다.

이중 아파트는 전체 주거지의 약 40%에 해당하는 땅을 차지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아주 보기드문 아파트용지 비율이다.

이처럼 공동주택용지 특히 아파트용지 비율이 높은 것은 셰르홀멘 신도시
개발계획이 수립된 60년대가 스웨덴에서도 주택난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시기였기 때문이다.

당시 스톡홀름 시정부는 좀더 많은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공동주택용지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선택했다.

그러나 셰르홀멘은 30년이 지난 지금 높은 밀도때문에 도시 전문가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주거환경의 상대적 저하로 지금은 일부 아파트의 경우 빈집으로 남아
있다.

시정부는 밀도를 과감히 낮추는 방향으로 셰르홀멘을 재개발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60년대 당시 심각한 주택난을 해결한 일등공신이 지금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셈이다.

박헌주국토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분당 일산등 우리나라의 신도시들도
앞으로 셰르홀멘과 비슷한 운명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셰르홀멘의 재개발 과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