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그 환자가 많습니까?"

그는 진정 그것이 궁금했다.

진짜 통계가 알고 싶다.

"보사부 통계로 만명이 넘을 거래요.

속이고 있는 사람도 많구요.

언제 그 죽음의 병에 걸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요.

특히 무질서한 성생활을 하는 지영웅씨 같은 바보들에게는 감기처럼
걸리기 쉬운 것이지요"

그러면서 공박사는 정말 두렵게 몸을 부르르 떤다.

"목숨이 아깝거든 허영을 버려야돼요.

모든게 도덕적 타락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까? 목숨과 바꿀 수 있는게
있다고 생각되나요?"

그녀는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뒤로 물러앉는다.

사뭇 더러운 환자라도 만지듯이 그녀는 손을 얼른 씻고 싶다.

그러나 진정 더러워진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도 그녀는 갑자기 세균과
만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지영웅은 갑자기 비위가 틀려서, "저는 며칠전에 우리 동네 보건소에
가서 에이즈검사를 받았습니다.

에헤, 박사님 저도 목숨 아까운 것 쯤은 알고 사는 영리한 놈이라구요.

그리고 제가 상대하는 사모님들은 가장 위생적인 분들이라고 믿어요.

박사님처럼 유식하고 위생관념이 철저한 분들이라고 굳세게 믿습니다"

그녀는 그 대목에서 말문이 막혔다.

지영웅은 득의의 미소를 날리면서 공박사를 궁지에서 건져준다.

"그러니까 에헤, 박사님의 말씀도 저는 알아 들어요.

낭비벽, 즉 전에도 말씀하셨던 그 쇼핑중독증 말입니다.

그건 저, 제가 사귀는 파트너가 자기의 카드를 주면서 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사라고 해서, 안 쓰는 것도 바보가 아닙니까?

저는 어차피 화대를 많이 받아야 실속이 있는 것이니까, 그냥 쓰다보니
습관이 붙었어요. 백화점에만 가면..."

순간, 공박사는 약이 바짝 오른다.

그는 너무 뻔뻔하고 중년의 여자들은 너무 무모하다.

옛날에 남자들이 첩실을 두고 패가망신하던 것과 무엇이 다른가?

"저를 올바른 사람 되라고 타이르시는 것은 고맙습니다. 저는 정말
쇼핑중독자 인 것 같아요"

"알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나쁘다는 것을 알면 고쳐야죠. 지영웅씨도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것은 알죠?"

"하긴 저의 황태자 형님 한분은 적금을 아주 많이 들고 있는 분도
있어요.

화류계 생활은 어차피 서른이면 거의 황금시대는 물 건너가는 것이니까요.

서른다섯까지도 괜찮아요.

어때요? 박사님? 박사님은 여자니까 잘 아시겠네요.

한 사십까지는 봐줄만 하지 않나요?"

공박사는 책상을 톡톡 두드린다.

"이봐요, 지저분한 지영웅씨. 황금시대가 가기전에 당신은 여러가지
병에 걸려서 황천행을 하게 돼요.

무슨 소린지 알겠어요? 당신은 정신상태가 지금 정신병원에 가야 될
중환자예요"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