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커다란 남자는 또 심술을 피우는 것일까?

공박사는 갑자기 신경질이 된다.

성미급한 그녀는 마음대로 안되면 한대 골통을 쥐어박아야만 속이
풀리는 불같은 자기를 천천히 누르며 심호흡을 한다.

"나는 지영웅씨의 어머니도 누님도 아닌 의사입니다.

비위가 틀려서 말하기 싫으면 돌아가십시오. 그리고 나도 이제 당신같이
괴상하고 저질스러운 환자를 치료하고 싶지 않아요"

"아닙니다. 의사선생님! 박사님"

지영웅은 갑자기 펄쩍 뛰며, "박사님 저도 인간입니다.

저는 하잘것 없는 놈이지만, 여기서는 아주 뻔뻔한 편두통 환자이지만,
나도 사내 대장부입니다.

콜프 코치를 해드린다는데 거절을 당했으니 얼마나 무안하고 자존심이
상합니까?"

아 바로 그것이었구나.

"이봐요, 지영웅씨. 자존심까지 상했다니 조금 미안하지만 사실 골프를
배울 시간이 없어서 감사하지만 사양하는 것이에요"

"현대여성들이면 다 에티켓으로 치는 콜프를 왜 안치죠?"

"골프 골프라고 발음해보세요. 콜프가 아니고 골프요"

공박사는 그가 콜프라고 말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려서 또 다시 가르친다.

지영웅은 중학교 중퇴생이다.

"골프 골프 골프. 콜프가 아니고 골프다 콜프다..."

그는 또 실수하자 하하하하 하고 자기의 콜프라는 발음에 어린아이같이
하하하 웃어제낀다.

상아같이 하얀 잇속이 성욕을 자극한다.

그의 치아는 너무도 정교하고 깨끗해서 관능을 자극하는 희한한 매력
포인트다.

공박사도 그가 골프 골프하고 발음하는 동안 기분이 좋아져서 같이
까르르르 웃어버린다.

"콜프가 뭐야 하하하하. G요 C가 아니고요"

이것은 지영웅의 트릭이다.

그러나 공박사는 머리 나빠보이는 지영웅의 공격목표가 공인수박사임을
추측조차 못한다.

그녀는 자기가 마음 약해져 있는 환자들에게 하느님처럼 보이는 의사
선생님이라고 착각한다.

아니 그것은 어쩌면 사실이기도 하다.

건강한 사람은 의사를 무심히 하나의 직업인으로 보지만 머리가
지끈거리고 아프고 편두통으로 잠을 설치는 환자에겐 존경하는 유일신같이
우러러 보이는 의사는 사람 이상이다.

우선 그의 진단이 정확하고 그가 처방한 약이 잘 들으면 환자는 그에게
사람 이상의 존경과 호의를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지영웅은 그녀가 처방한 편두통약이 잘 들어서 고통을 면하게
된지 오래다.

그러나 지영웅의 야심은 지금 이 지성의 보고와 같이 유식하고 귀엽게
생긴 공인수박사를 자기의 여자로 때려 눕히는 데에 그 목적을 정한
이상 그의 떡고집은 오랫동안 요지부동일 것이다.

그는 무엇이든 한다면 하는 녀석으로 자랐다.

그의 할아버지도 그의 떡고집이 나오면 지레 포기를 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