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아침 지하철 5호선의 신정~영등포구청역 구간에서 발생한 3시간여의
불통사태는 무척 실망스럽고 분통이 터지는 일이었다.

이유야 어찌됐건 수천명이 터널에 갇히고 인근지역의 교통마비와
지각사태를 몰고온 대형사고가 완전 개통된지 열흘이 채 못돼 일어났다는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지하철 5호선은 다른 노선과는 달리 시민들의 큰 관심속에 개통됐다.

서울의 동-서를 잇는 간선으로 김포공항과 연결돼 있는데다 국내
처음으로 한강밑을 터널로 지나는 지하철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더구나 당산철교철거로 끊긴 지하철2호선의 불편을 보완해주는 기능도
갖고 있어 이로 인한 교통대란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됐었다.

때문에 이번 사고는 시민불편을 가중시켰고 수습 도한 어느때보다
중요하고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서울 시민들의 불안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다리를 건너고 터널을 지날때마다 버릇처럼 전후좌우를 살펴보아야
하고 시내 곳곳의 대형공사장을 지나칠 때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언제까지 이래야 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번 지하철 5호선의 불통사태는 철저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은
물론 책임소재를 따져 관계자 문책도 뒤따라야 한다.

결코 어물어물 넘어갈 일이 아니다.

특히 지난해 부분개통돼 운행됐던 5호선에서 비슷한 사고들이 잦았던
것으로 밝혀져 차제에 지하철의 전면적인 전동차및 전력관리체계를
재점검, 근본적으로 문제점은 없는지 따져보고 시민들이 납득하고
믿을 수 있는 해명과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 하나 생각해볼 점은 당산철교철거에 맞추느라 지하철 5호선의
여의도-왕십리 구간을 제대로의 시험운행 등을 거치지 않은채 서둘러
개통한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실제로 그랬다면 보통일이 아니다.

또 다른 사고의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산철교철거가 급하고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큰 위험을 안은채 무리하게 개통했다면 이번 사고의 책임은 전적으로
서울시당국에 있다.

전시행정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지하철은 이제 서울의 핵심적인 대중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수송분담률이 34%를 넘었다고 한다.

그만큼 작은 실수나 고장으로도 수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당하게
됨을 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때마침 서울이 세계 대도시중에서 "삶의 질"이 최하위라는 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고 우리나라 자동차등록대수가 1천만대에 육박했다는
건교부집계도 보도됐다.

가뜩이나 전국이 파업회오리에 휘말려 짜증나는 요즈음이다.

서울시는 빠른 시일내에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규명과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도 시민들이 수긍하고 믿을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