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커피시장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동서식품.

이 회사는 지난 한햇동안 할인점시장을 놓고 악전고투를 해야 했다.

커피분야에서 선발업체였던 이 회사가 할인점시장에서는 후발주자였기
때문이다.

2~3년 전부터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한 할인점을 외면한 결과였다.

동서식품은 당초 할인점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았다.

가격조건이 맞지 않아서였다.

프라이스클럽 E마트등은 동서측에 대리점공급가격보다 낮게 제품을 공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동서식품은 "대리점공급가격 이하로는 곤란하다"고 맞섰다.

대리점들측이 반발할 것을 감안한 것이었다.

국내판매망의 근간인 대리점들의 눈치를 볼수 밖에 없었다.

양측의 협상이 결렬됐음은 물론이다.

프라이스클럽과 E마트는 낮은 가격을 제시한 네슬레의 "테이스터스초이스"
커피를 들여다 팔았다.

박리다매를 노린 할인점과 제조업체간 직거래가 시작된 것이다.

이로인해 동서식품이 타격을 받은것은 물론이다.

동서식품 신유통사업팀 이현진과장은 "처음부터 할인점에 상품을 공급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동서는 대리점위주 판매체제를 고수할수가 없었다.

결국 할인점판매를 병행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말았다.

한술 더떠 할인점을 집중 공략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할인점에서도 네슬레를 앞질렀다"는게 자체 분석이다.

유통쪽에 당한 케이스는 동서식품만이 아니다.

롯데 해태등 일부 제과업체들을 제외한 대부분 제조업체들이 결국 할인점에
제품을 공급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제조업체의 가격주도권도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의 샅바싸움에서 유통업체들이 일단 판정승을 한
셈이다.

새해들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 힘겨루기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조짐이다.

특히 PB(자체상표)상품에서 벌어질 싸움의 결과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화점 슈퍼마켓에 이어 할인점까지 PB상품을 대량으로 내놓고 있기 때문
이다.

E마트 까르푸 마크로등 대형할인매장이 대거 PB상품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한화유통 LG유통 해태유통등 슈퍼마켓들도 식품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PB상품판매비중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이에따라 한 매장에 제조업체상품과 동일한 유통업체상품이 함께 진열될
전망이다.

제조업체의 브랜드상품이 그만큼 설땅을 잃게 되는 셈이다.

유통업체의 PB상품은 브랜드광고와 판촉을 할 필요가 없다.

제조업체의 브랜드상품보다 10~20% 싼 것은 이 때문이다.

유통업체의 PB상품이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품질수준이 비슷한 두 제품에 가격차이가 날 경우 고객은 싼 쪽으로 몰리게
된다.

따라서 제조업체들은 가격인하압박을 받게 된다.

제조업체의 브랜드상품(NB)과 유통업체의 자체상표상품(PB)간 대결이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 싸움에 기름을 붓게 되는 것이다.

PB상품판매가 활발해지면 유통업체는 브랜드 뿐만 아니라 제품기획 개발
단계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할수 있게 된다.

유통업체는 "어떤 성능을 갖춘 특정가격대의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식으로
요구할수 있게 된다.

이같은 유통우위현상은 미국 일본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국내시장은 다르다.

아직까지 제조업체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제품기획 개발 생산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제조업체의 몫처럼 돼있다.

그러나 대형유통업체의 등장으로 제조업체의 가격결정권이 흔들리기 시작
했다.

유통혁명이 가속화하면서 유통쪽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제품생산판매과정에서의 우위확보를 위한 유통과 제조업체간 샅바싸움은
더욱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 현승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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