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금융계의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합병"이다.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와 이수휴 은행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책임자들도
한결같이 "부실금융기관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선 은행장들은 더하다.

"올해는 정글의 법칙만이 통용되는 무한경쟁의 금융시대"
(정지태 상업은행장)라든가,

"금융기관의 합병과 퇴출이 구체화되는 해"(신광식 제일은행장)라고
규정하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은행간 합병은 올 금융계 빅뱅을 직접 유발할 폭발력을 갖고 있다.

합병의 필요성은 지금까지 수많이 논의돼 왔다.

은행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은행 대형화는 필수적이고 합병은 가장 빠른
수단이라는 점에 의견의 일치를 보아왔다.

문제는 올해안에 정말 은행간 합병이 일어날까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그러나 "시범케이스"나마 은행간 합병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그 이유론 우선 그동안 지적돼왔던 은행간 합병의 걸림돌이 상당부분 제거
됐다는 점이 꼽힌다.

지금까지 은행간 합병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주인이 없는 은행특성상
합병주체가 모호하다는 점 <>합병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인
종업원정리가 불가능하다는 점 <>한국특유의 배타적인 기업문화를 고려하면
이질적인 두 은행을 합쳐봤자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점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지적돼왔다.

세가지 걸림돌은 올들어 일정부분 해소됐다.

합병주체의 부재문제는 "비상임 이사가 과반수인 이사회에서 합병 등을
의결할수 있도록 한" 은행법 개정을 통해 해결됐다.

종업원 정리문제도 "정리해고제"를 명문화한 노동법 개정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배타적인 기업문화가 아직 문제이긴 하지만 "금융개방을 앞두고 은행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명분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나돌고 있는 합병시나리오는 크게 세갈래로 나뉘어진다.

첫번째는 합병주체에 촛점을 맞춘 것으로 정부지분이 많은 은행이 우선
대상이 되리라는 시나리오다.

두번째는 현재 은행의 경영상태나 가치 등을 기준으로 한 시나리오다.

세번째는 합병의 효과를 극대화할수 있는 점에 촛점을 맞춘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시나리오다.

국내금융 현실상 정부가 맘먹기에 따라선 어느 종류의 합병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만큼 올해는 합병으로 시작해 합병으로 마감, 금융업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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