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석유류가격자유화로 휘발유값이 지난해 12월보다 l당 평균
12원 올랐다.

물론 지역별, 정유회사별로 값이 제각각이라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지난해 휘발유값 인상률이 34.4%나 됐던 점을 감안할때
올해 물가안정에 적지않은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물가안정이 국제수지방어와 함께 올해 경제정책의 최우선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석유류값을 풀어준 까닭은 명확하다.

단기적으로는 값을 올려 기름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사회간접자본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휘발유소비가 줄면 국제수지방어에 큰 도움이 될 뿐만아니라 환경오염및
교통난완화와 같은 부수효과도 기대된다.

문제는 유류값인상에 따른 유류소비절약이 얼마나 될것이며 물가안정에
얼마만큼 부담을 줄것이냐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농산물가격의 폭락, 가전제품을 비롯한 공산품값 인하 유도,
공공요금및 서비스요금의 인상억제 등을 통해 소비자물가지수를 당초
목표대로 4.5%선으로 묶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그동안 미뤄져온 고속도로통행료, 의료보험수가 등의
인상이 단행되고 지난해 9%에 달한 원화환율상승이 수입물가상승으로
가시화될 전망이어서 물가안정을 낙관할수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물가인상요인들은 원가압박형이므로 산업구조조정및 경쟁촉진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원가를 절감하는 노력을 더욱 적극화할 필요를
제기한다.

물론 대통령선거로 인한 통화팽창및 선심성 규제완화를 틈탄 부동산투기
가능성 등 수요측면에서의 물가불안요인도 있지만 경기침체에 대규모
경상수지적자가 겹친 상태여서 총수요관리의 필요성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석유류값 인상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공급측면에서의 원가상승압력을
더욱 크게 할것은 확실하다.

우리나라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에너지 소비량의 비율인
에너지원단위가 0.41로서 일본의 4배, 대만의 1.6배에 달하는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휘발유값의 경우 교통세와 특별소비세 등 각종세금이 전체가격의
6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렇게 조성된 재원이 과연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용되는지가 의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의도대로 에너지소비의 가격탄력성이 커지려면 왜곡된
에너지소비구조및 가격구조를 시정하고 시장자율에 맡겨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유도해야 한다.

이번에 비록 석유류 가격이 자유화 됐지만 "사전신고제"와 같은 규제가
여전히 살아 있고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유종간의 가격왜곡 현상에도 큰
변동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값만 올린다고 기름소비가 반드시 절약되는건 아니다.

구조조정과 시장자율화 없이 기름값을 올리면 소비절약보다는 물가불안만
부채질할 위험이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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