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모 < 아주대 석좌교수 >

[[[ 주요 경력 ]]]

<>국제원자력한림원 회장(현재)
<>고등기술연구원 원장
<>원자력정책협의회 의장
<>원자력협력담당 대사(현재)
<>과학기술처 장관
<>국제원자력기구 의장(IAEA)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제1분과위원장)
<>한국과학재단 이사장
<>대한민국원자력위원(현재)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 사장
<>미국과학재단 수석정책심의관(전기통신)
<>미국과학재단 시스템공학담당 차장
<>뉴욕공과대학교 원자력공학과및 전기공학과 교수
<>한국과학원 부원장및 전기공학과 교수
<>뉴욕공과대학교 전기물리학과 부교수
<>MIT 원자력공학과및 원자연구소 연구원
<>프린스턴대학교 핵융합연구소 연구원
<>원자력원장 보좌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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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들어서면서 기술이전에 대해서 호의적인 나라는 없어져 버렸다.

무역의 자유화를 진전시키는 한편에서 기술에 대한 통제는 상상을 초월해서
강화되고 있다.

특히 기술특허나 소프트웨어 등의 지적재산권 도용에 대해서는 이를 방지할
만한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도 못한 상태에서 권리 침해에 대한 보복만큼은
확실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70, 80년대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적 약진을 가능하게 했던 저급 기술의 이전
조차도 이제는 거의 불가능해짐에 따라 선진국과 그외 국가들간의 기술격차는
갈수록 깊어져가고 있다.

21세기가 과학기술이 이룩한 꿈의 시대라고 하지만 과연 그 시대적 기쁨을
얼마나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즐길수 있을지 궁금하다.

우리나라가 지난해말 OECD에 가입하게 됨으로써 경제 선진국의 끝자리라도
차지할수 있게 된 것은 기술 발전의 측면에서 만큼은 대단히 시의적절한
일이었다고 본다.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정보통신기술의 혁신으로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적인 과학기술 자원의 활용은 피할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이제는 국가의 크기를 불문하고 한 나라가 모든 과학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효율적이지도 않다.

세계는 지금 기업이나 국가가 모두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비교 우위 과학
기술 분야를 내세우고 국가간 기술경쟁을 강화하면서 한편으로는 보완적인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협력 파트너를 찾아다니는 "과학기술의 경쟁과
협력"이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땅에서 시장, 시장에서 기술로 이어지는 경쟁과 협력의 울타리 안에 어렵게
한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은 우리가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중요한
의의를 갖게 되는 것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기술개발은 각 국가별로조금씩 상이한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70, 80년대를 거치면서 미국과 일본, 그리고 독일을 대표로 하는 유럽국가들
은 정치질서의 재편과 경제 현황에 따라 기술개발의 목표를 달리했기 때문
이다.

그러나 기술경쟁력의 강화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기본적인 목표는 동일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도 어느 부분에 강조
점을 두느냐만이 다를 뿐이지 대체로 유사하다고 할수 있다.

이를 유형별로 분석해 보면 세계 기술개발의 동향을 파악할수 있을 것이다.

첫째 기초기술을 중심으로 실용화기술 개발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을 상징하던 자동차산업이 일본에 의해 추월당하던 80년대에는 미국내
에서 기술개발의 방향이 기초.국방 분야에서 제조업 분야로 대폭 이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소위 리엔지니어링이라고 해서 대대적인 제조업 혁신 운동이 미국을 중심
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경제는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이를 이끈
민주당의 클린턴 대통령은 재선의 짜릿함을 맛볼수 있었다.

미국이 쌍둥이 적자를 극복하고 재기할수 있었던 원인은 기초기술과 응용
기술을 원활하게 산업화로 연결하려는 노력과 능력에 있었다고 할수 있다.

둘째 생산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기술진흥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이 전후 40년이상 꾸준한 성장을 이룩해 온 데는 생산기술을 중심으로
제조업 분야의 생산력을 강화하는 것 말고도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창조성이 풍부한 과학기술의 진흥을 위한 장기적 투자와 10년앞을 내다보고
미래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은 장기적인 기술진흥정책
이다.

일본이 전체 경쟁력에서 미국에 훨씬 못 미침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전자
시장을 휩쓸었고, 독일과 프랑스가 우주 항공시장을 계속해서 확대해 갈수
있었던 것은 현재의 생산력을 토대로 미래를 준비하는 합리적인 과학기술
정책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셋째 새로운 분야의 새로운 기술에 대한 도전적인 기술개발이 계속되고
있다.

해가 지지 않던 영국의 산업혁명은 섬유 자동차 철강등의 중공업 분야에서
경쟁력이 극도로 피폐해져 갔다.

아직까지 쇠락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전자 화학 항공우주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재도약의 준비를 계속해 가고
있다.

통일의 영향으로 잠시 주춤했던 독일도 막스프랑크 연구협회, 프라운호퍼
연구협회등 대규모 공공 연구기관들을 중심으로 전통적으로 강력했던 전자
화학 기계설비 산업분야는 물론이고 우주항공 정보통신 신소재 생명공학
등 새로운 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도 정부주도로 기초유기화학 우주항공 의약품개발 등에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와같은 기술개발 동향은 합성기술에 의한 기술혁명과 정보기술혁명의
추진으로 요약될수 있다.

세계 14위 수준의 종합과학기술력, 연구개발 투자비의 절대 부족과 대기업
집중, 기초기술 능력의 미확보 등 한국의 기술력의 미래를 평가하는 모든
지표들은 체감하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상태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행스런 일은 90년대 들어 흑자시대의 단꿈에서 벗어난 기업들이 기술투자
를 확대하고 있고, 정부도 10% 경쟁력 높이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기술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위기 의식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의
제시로 관련 지표들이 발전 지향적으로 전환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를 좀 더 유기적으로 결합해 내기 위한 몇가지 방안을 살펴보자.

먼저 민간부문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문화의 정립을
활성화해야 한다.

지난 93년에 이미 국내 연구개발투자의 85%를 넘어선 민간의 연구개발
투자는 우리나라 연구개발 투자의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내부에서 일부 경영진의 교체나 핵심 분야의 변경 등 기술
외적인 요인으로도 기술개발 전략의 변화가 일어나고, 이자율 변동이나 금융
실명제 등 정상적인 조치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이 일어나는 우리나라 경제
의 체질이 변화되지 않는다면 기술개발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이나 대책이
올바로 집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술을 중심에 둔 기업 경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제반 정책의 우회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기업 내부에서도 기술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여
조그마한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술개발정책의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로 국가 차원의 기초과학 핵심원천기술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

경제성장기에 생산기술과 제조기술 등의 현장적용 기술개발에 대한 절대적인
필요 때문에 기초과학이나 원천기술 개발에 대한 상대적인 무관심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분야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투자없이는 과학기술력의 성장은
기대할수 없다.

기초과학연구는 연구과정에서 많은 우수 인력을 양성해 낼수 있고 관련분야
의 연구를 촉진시킬수 있으며 응용연구를 확대할수 있다.

모든 기술의 출발점을 기초 과학에 두고 이를 발전시키는 일에 정부가 적극
나섬으로써 70, 80년대 경제 부흥의 시발점을 제공했던 과학기술원의 신화를
재창조하는 일이 필요하다.

셋째로 시스템공학적 능력을 지닌 과학기술인력의 양성이 확대되어야 한다.

우리 나라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링이라고 하면 단순한 요소기술의 종합으로
특별한 기술적 능력이라고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동차 산업을 보더라도 엔진 트랜스미션 등 핵심 기술의 개발에 대해서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 기술적인 성장을 이루었지만 제반 요소기술들을 하나로
통합해 내는 시스템 인티그레이션(SI) 분야에서는 기술적 진척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이다.

최상의 기술들을 최적의 상태로 접목시키는 것을 담당하는 안목이 깊은
시스템엔지니어의 양성이 필요하다.

넷째로 국제협력연구를 추구하는 과학기술의 세계화에 주력해야 한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고, 자본과 인력, 기술시장이 개방되어 가는 추세
에서 국제 과학기술협력은 필연적인 추세이다.

우리 나라의 전반적인 과학기술 수준이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
이라면 이들과의 협력연구를 통해 상호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길이 될 것이다.

원자력 자동차 철강 등의 핵심 산업분야에서 우리 나라가 이룩한 경이적인
성장은 바로 주변국들과의 효과적인 기술외교의 결과라고 할수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를 필요로 하며 이것은
어떤 혁명적인 변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의 일반화이다.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한 가치기준이 되는
"합리성", 무한경쟁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킬수 있는 "전문성", 다원화
시대에 새로운 방식으로 적응할수 있는 "창조성" 등이다.

이러한 상식들이 국민 개개인에서 기업, 정부기관까지 자연스럽게 수용될때
과학기술의 새로운 시대는 열릴수 있을 것이다.

세계를 향한 우리의 도전이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일지라도 계속되어야만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 수준의 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지식과 도전적
이고 창의적인 노력이 구체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기술에 대해 호의적인 기업이나 국가는 없지만 도전하고 노력하는 연구자들
에게 길은 존재한다.

아무리 작은 길일지라도 우리 모두를 21세기로 인도할수 있는 길이라면
넓디넓은 대로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