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은 한때 경제나 산업이라는 개념과는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인식돼
왔다.

그러나 21세기가 얼마 남지않은 지금 환경산업은 주요산업으로 등장하고
있고 21세기에는 정보통신산업 생물산업등과 더불어 주요산업의 하나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도 이미 오염방지시설업, 폐기물처리및 재활용업등 17개
업종에 1만개이상의 기업이 환경산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환경산업시장규모는 약 4조원정도.

매출 10조원을 넘는 기업이 흔해진 국내현실에서 보면 아직은 영세업종
수준이다.

그러나 환경오염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환경친화적인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환경산업이 어느 업종보다도 성장이 빠를 것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전세계의 환경시장규모는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0년 2천억달러에서 연평균 5.5%씩 성장, 2000년 3천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국제금융공사(IFC)는 같은 기간동안 3천억달러에서 6천억달러로 더욱
급격한 환경시장의 성장을 예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21세기의 주요산업으로 부각될 환경산업이란 어떤 것인가.

환경부가 펴낸 환경백서에 의하면 "산업활동이나 국민의 일상생활에 수반
되는 오염물질의 측정, 사전적인 저감, 사후처리등에 투입되는 제품과 설비,
서비스업"이 환경산업이다.

협의로는 환경관계법률에 의한 각종 용역서비스업, 설계시공업을 지칭한다.

환경부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환경오염방지시설업 자가측정대행업 폐수
처리업 폐기물처리업 폐기물재활용업 먹는 샘물제조업등 총 17종
1만1천6백33개업체를 환경산업체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환경산업은 70년대후반 환경문제가 가시화되면서 등장, 80년대에
본격적인 산업을 형성했고 90년대들어 일부 업체는 동남아등 해외에 진출할
정도의 전문업체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환경에 대한 관심과 이분야의 수요증가에 힘입어 대기업들도
환경산업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자체연구소를 설치해 소각시설, 오폐수고도처리시설등 첨단
환경기술의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환경산업 가운데서는 대기나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집진기 폐수
처리기 배연탈황 탈질설비등의 생산및 설치를 주로 하는 환경설비업종이
가장 일찍 자리를 잡았다.

앞으로는 폐기물증가와 매립지부족등의 요인으로 폐기물재활용수요가
늘어나는데 힘입어 음식물쓰레기퇴비화시설등 폐기물처리및 재활용산업도
각광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환경산업시장은 전체적으로 중소기업규모이하의 영세업체들이
많고 국내의 환경규제수준도 선진국보다 크게 뒤지는 탓에 내수시장규모도
아직은 협소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가 어렵다.

이와 관련, 선진국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앞서는 반면 기술과 품질경쟁력이
크게 뒤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앞으로 국내수요가 늘어날 배연탈황탈질설비 다이옥신제거설비
열분해장치등 고급설비의 경우 국내기술수준이 개발초기단계여서 수요
기업들이 손쉬운 외국기술도입을 선택하는 실정이다.

이 결과 지난해 환경기술료로 지불된 로열티만도 2백23억원으로 집계됐다.

환경산업은 정부의 역할이 특히 강조되는 산업이다.

환경관련설비에 대한 투자는 사적이익보다는 공적이익에 기여하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즉 자연발생적인 시장창출보다는 정부의 법적 제도적 환경규제에 의해
인위적으로 시장이 창출되기 때문에 공공부문의 선도투자등 정부의 지원과
유도가 요청되는 산업이다.

정부는 92년부터 10년계획으로 정부 2천5백억원,민간 1천8백억원등 모두
4천3백억원을 들여 핵심환경기술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들 기술이 상용화되면 연간 1조2천억원대의 수입대체및 기술료
절감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환경기술의 저변을 형성해야할 환경산업에 대한 지원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최근 3천억원이상의 재원을 확보, 환경관련 민간기업에 대한 금융및
세제혜택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지원자금이 절박한 중소환경기업에
얼마나 배정될지 실효성이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다.

< 김정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