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에서 콜럼버스호까지 신이 내린 선물"

철은 불(화)과 함께 신이 인간에게 내린 귀중한 선물중 하나로 꼽힐 만하다.

인간은 이 철을 발견하고 활용함으로써 문화와 문명의 꽃을 피웠다.

또 철을 가진 자는 언제나 힘을 얻었고 역사의 무대에서 주인공이 됐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은 언제 어떻게 철을 발견하고 사용하게 됐을까.

또 그 철을 어떻게 발전시켜 왔을까.

포철이 철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최근 발간한 "철 이야기"에서 그 해답을
들어보자.

[[[ 착오설과 산불설 ]]]

철의 발견은 금속가공의 역사 위에서 이뤄진다.

불을 이용한 금속가공의 역사는 불의 온도를 얼마큼 높이 끌어 올리느냐는
기술력에 따라 좌우됐다.

철기시대 이전엔 높은 온도를 내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당시의 수준은 낮은 온도에서 가공이 가능한 청동기를 주로 취급
하는 것이었다.

청동은 철에 비해 가공온도가 낮을 뿐아니라 원료인 구리를 천연상태에서
채취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가공이 손쉬운 재료였다.

자연히 청동기 문화는 철기문화보다 빨리 발전할 수 있었다.

철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사람의 손에 쥐어졌는가에 대해선 "채광 착오설"
과 "산불설"등 두가지 가설이 있다.

"채광 착오설"이란 청동의 원료인 황동광(Cu2S)을 채광한다는 것이 색깔이
비슷한 적철광석(Fe2O3)을 잘못 채취해 녹이다가 철덩어리를 얻었다는 것.

이를 두들겨 최초의 철기를 만들었다는게 이 설의 골자다.

"산불설"은 산불 때문에 땅위에 드러나 있던 철광석이 철덩어리로 변한
것을 인간이 발견해 철기를 만들었다는 설이다.

기록과 유적 발굴로 정리된 내용에 따르면 인류가 처음으로 철을 사용한
것은 기원전 4000년쯤 소아시아 지역에서였다.

기원전 3000년 무렵엔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지역에 까지 철을 정련하는
기술이 알려졌다.

그러다가 철을 실제 생활에 사용한 철기시대가 시작된 것은 기원전 8세기께.

고대문명의 하나인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6세기에 이르러서야 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시엔 절반쯤 녹은 철을 두드려 물건을 만드는 단철 기법이 사용됐다.

유럽에서는 14세기에 이르러서야 주물을 사용하는 주철 작업이 이뤄졌다.

중국에서는 철로 주조된 농기구와 무기류가 춘추시대의 여러 무덤에서
출토됐다.

최근 발견된 전국시대(기원전 5~3세기께)의 주형으로 미뤄보아 중국의
주철기술은 유럽에 비해 1,600년 정도 앞섰다는 것을 알수 있다.

[[[ 쇠를 다뤄온 지혜 ]]]

쇠를 다듬어 더욱 단단한 강철로 만들려는 노력은 고대부터 계속돼 왔다.

이름 모를 수많은 대장장이들의 비법에서부터 시작된 제철기술은 이제
첨단을 걷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불과 쇠에 매달려 더욱 우수한 철을 만들어 내려는 사람들의
땀과 지혜가 모인 결과다.

오늘날과 같은 철의 제련기술이 체계화되기 시작한 것은 16세기께 서양의
비링구치오와 아그리콜라등 장인들에 의해서다.

이때부터 벨기에와 영국에서 커다란 규모의 용광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제철기술을 급속도로 발전시킨 것은 에이브러험 다비였다.

그는 1708년에 목탄 대신 광물성 연료인 코크스를 용광로에 넣어 철을
만들기 시작했다.

제철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연 것이다.

이후 1740년대에 접어들면서 시계 제작공이었던 벤저민 헌츠먼이 "도가니
제강법"이란 새로운 제강법을 창안해 냈다.

벤저민이 제강해 낸 도가니강은 순도와 균질성이 과거의 강철에 비해
월등히 우수했기 때문에 곧 영국의 셰필드 지역을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본격적인 "철강의 시대"에 접어든 것은 19세기 중반.

혁신적인 제강법이 등장하면서 대량생산의 길이 열린 것이다.

이 시대의 선두주자는 1856년 획기적 제강법을 고안해낸 헨리 베서머였다.

그의 새로운 제강법에 의하면 불과 10분 내지 20분만에 3~5t의 강철을
제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베서머 제강법으론 인과 규소 화합물이 0.1%이상 함유된
저질의 강철밖에 못만든다는 점이었다.

이를 극복한 것이 "염기성 제강법"으로 영국 런던의 재판소 서기였던
토머스와 철공소 화학자인 길크라이스트의 합작품이었다.

이때부터 독일과 미국에서는 대규모 종합제철공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액체상태인 선철을 강철로 굳히는데 순수한 산소를 사용하는
"순산소 제강법"이 개발되면서 초대형 전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세계 철강업계가 지은 제철소들의 대부분은
바로 이 "순산소 제강법"에 따른 것이다.

한국의 포항제철소도 마찬가지다.

세계 철강업계는 이제 철광석과 코크스를 용광로에 넣어 녹이는 고로방식
에서 탈피해 코크스 대신 철광석과 무연탄을 직접 용광로에 넣어 쇳물을
만드는 최첨단 방식인 용융환원로(코렉스)로 신철강시대의 막을 올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