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트리는 700년대 전반 독일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풍습의 기원을 찾아 올라가 보면 기독교의 상징적인 요소가 아주
짙다.

영국의 성직자로 독일에 건너가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던 센트 보니페이스
가이스마르 (680~?)가 교외에서 게르만계 드루이스족에게 예수탄생에 관한
설교를 하고 있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참나무를 신성한 것으로 숭배하고 있던 이교도들에게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참나무 한 그루를 도끼로
찍어 넘어뜨렸다.

참나무는 넘어지면서 주위의 모든 관목을 쓰러뜨렸다.

그런데 유일하게 작은 전나무 한 그루만이 그대로 서 있었다.

이교도들은 이것을 기적으로 받아들여 속속 기독교로 개종했고 전나무는
"아기예수의 나무"로 불렸다.

그후 독일에서는 전나무 묘목을 심으면서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했다는
이야기다.

실내나 실외의 전나무등을 장식하는 풍습이 정착된 것은 16세기에
들어와서였다.

1700년대에 이르면 크리스마스 트리는 독일에서 서유럽의 다른 나라로
퍼져나간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1840년에야 빅토리아 여왕의 독일계 배우자 알버트
왕자에 의해 이 풍습이 유행했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트리 풍습이 보편화된 것도 사실 얼마되지 않는다.

펜실바니아에 살던 독일인들이 처음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든 것은
1821년이었다.

뉴잉글랜드 청교도들에게는 크리스마스캐럴이나 트리는 성스러움을
모독하는 이교도의 전통으로 규정돼 한때 매사추세츠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드는 것은 범죄에 속했다.

그곳에서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 된것이 1856년이었으니 미국전역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보편화된 것도 그때쯤으로 보아야 할것같다.

서울 지하철공사가 크리스마스시즌을 맞아 을지로입구역에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든데 이어 곧 100개 지하철역에 트리를 설치할
것이라고 한다.

"성탄절의 기쁨을 나누고 지하철의 안전운행을 위해 라는 설치목적도
그럴듯해 보이기는해도 기독교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이어서 타종교인들에게는
곱게 보이지만은 않을 것이 뻔하다.

아무리 기독교후원단체가 따로 있다고는 해도 공공장소가 어느 한 종교의
교세를 과시하는 곳이 되어서는 않되는 것이 아닐까.

더구나 지금은 국가적으로 청교도적 검소함이 어느때보다 요구되는 때다.

크리스마스 트리장식에 쓰일 돈이 있다면 그것은 불우이웃을 돕는데 쓰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