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의 얼굴이 바뀌고있다.

회백색의 네모 반듯한 본체에 각진 모니터,바둑판 처럼 생긴 키보드.
PC를 연상하면 처음으로 떠오르는 이미지이다.

그러나 가정용 PC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PC디자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자동차 그릴 처럼 생긴 송풍구가 등장하는가 하면 여체를 연상케하는
키보드가 컴퓨터 마니아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색깔도 청색 자주색등으로 젊은층의 감성에 호소하는 추세이다.

PC의 디자인에도 가전제품과 같은 개념이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의 경우 아직 파격적인 색깔을 쓰지는 않고 있으나 본체
모니터 키보드등의 선을 에어로 다이내믹한 곡선으로 바뀌고 있다.

LG-IBM은 LG전자연구소가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한 키보드를 채용하면서
감성적인 이미지를 보이기 시작했다.

본체에도 스테레오 스피커를 설치하면서 곡선미를 최대한 살려 친숙한
느낌을 줬다.

삼보컴퓨터는 본체의 송풍구를 자동차 그릴과 비슷한 모양으로 디자인해
강력한 이미지를 풍기게 만들었다.

컴팩 에이서 실리콘그래픽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등 외국PC메이커의
경우 PC디자인에 가전제품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도입하고 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최근 선보인 네트워크 컴퓨터인 "자바스테이션"의
본체는 게임기 처럼 앙증맞게 설계돼 컴맹이라도 컴퓨터에 대한 거부감을
못느낄 정도이다.

컴팩의 본체 모니터 일체형PC는 언뜻보면 TV로 착각할 정도다.

이회사의 유아용 컴퓨터인 원더풀은 누가봐도 장난감처럼 느껴질 정도로
화려한 컬러에 친숙한 모습이어서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있다.

실리콘그래픽스의 워크스테이션인 "02"의 본체는 PC로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변신한 모습이다.

짙은 청색에 굵은 곡선은 디자인 잘된 가습기로 오인할 정도이다.

컴퓨터 개발전문가들은 "PC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아 가고있는데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디자인을 중시하는 추세"라며 국내에도 화려한
디자인의 PC보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 김수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