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들의 위상은 어느정도일까.

좋은 대학 나와 대그룹 공채사원으로 입사해서 하고 많은 보직중에
하필이면 "비서"냐는 핀잔은 옛날 얘기다.

비서의 역할이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장의 일정관리나 방문객을 선정하는 사소한 일에서부터 심기를 헤아리는
고도의 작업도 비서의 역할에 해당된다.

몸으로 때우는 일보다 과학적이고 조직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할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비서들은 회장과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 실제 위상보다 더 강력한
파워를 행사하는 일도 종종 있다.

대그룹 계열사중에선 비서 출신의 사장들이 의외로 많다.

강화되고 있는 비서들의 위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일 게다.

비서 출신들은 흔히 조직내에서 회장사람으로 분류된다.

그저 비서를 지냈다는 이유만으로 그룹내 실세로 평가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대체로 치밀하고 조직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비서출신 임원들이 그룹내에서 비교적 고속성장하는 이유중의 하나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것 같기도 하다.

현대그룹의 경우 이익치 현대증권사장과 김재수 현대건설사장이 정주영
명예회장의 비서 출신이다.

또 이병규 서울중앙병원 부원장과 이전갑 통합구매실장도 역시 비서를
지냈다.

홍사성 현대건설이사와 박찬종 현대전자이사는 가장 최근에 정명예회장
비서를 거쳤다.

그룹내 유일한 여성임원인 권애자 현대건설이사도 비서출신.

이밖에 이치삼 현대자동차이사는 정세영 현대자동차 명예회장의 비서를
지냈다.

삼성그룹에선 김순택 비서실장보좌역(부사장)이 비서팀장 출신이며
고정웅스포츠단 대표(부사장)와 정준명 삼성자동차전무, 김홍인 삼성재팬
전무 등도 비서팀장을 역임했다.

이들은 모두 이건희회장 취임 이후의 비서팀장으로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선대 이병철회장의 비서출신으로 현재 경영일선에서 뛰고 있는 사람은
많지않다.

김명한삼성물산부사장정도를 꼽을수 있다.

LG그룹도 비서 출신의 고위임원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다.

변규칠 그룹부회장겸 상사회장이 대표적인 케이스로 고 구인회 창업회장의
비서를 지냈다.

장만 LG건설부사장과 박문달 LG유통전무, 김용재 LG카드전무, 남용 회장실
경영혁신추진본부 전무, 최건 LG백화점 이사등은 구자경 명예회장의 비서
출신이다.

대우그룹에선 대우인력개발원장을 맡고 있는 김용섭부사장외엔 특별히
비서 출신의 임원이 눈에 띄지 않는다.

비서기능을 스케줄관리로 국한하는 김우중 회장의 경영스타일과 관련
있는 듯 싶다.

선경그룹의 경우 최효진 이리듐코리아이사와 전의숙 워커힐상무, 정원교
(주)선경상무 등이 비서팀 출신 임원들이다.

쌍용그룹 김덕환종합조정실장은 좀 독특한 케이스다.

행정고시 출신인 김실장은 상공부(현 통상산업부)사무관으로 근무하다
쌍용 창업주인 고김성곤회장이 대한상의 회장 재직시 비서실장으로
영입됐다.

현재 남아있는 비서실 출신 임원은 (주)쌍용의 이석재이사뿐.

이이사는 지난 82년 이후 3년간 당시 김석원회장의 수행비서로
근무했었다.

기아그룹에선 박제혁 기아자동차 중앙연구소장(부사장)과 이신행
기산사장(신한국당 국회의원),서대일 인사담당 상무등이 김선홍 회장의
비서를 지냈다.

조중훈 한진그룹회장의 비서 출신 임원으로는 이경균 운항본부장(전무)과
이철영상무가 대표적이다.

효성그룹에선 원무현 효성물산고문과 그룹의 간판경영인인 백영배
효성물산사장이 창업주인 고 조홍제 회장의 비서를 지낸 인물.

이돈영 효성중공업부사장과 이호석 효성물산상무, 최철호 효성물산 이사는
조석래 현회장을 모셨다.

이동찬코오롱 그룹 명예회장을 모셨던 김주성씨는 현재 관계사인
동해리조트사장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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