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균 <한양대 교수 / 산업공학>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 구조를 어떻게 타파해서 국제 경쟁력을 10% 높일
것인가가 전 국민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정부는 공장부지가 인하, 인건비
동결, 글미인하 등 고비용 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각종의 시책을 펴고
있으나 어느것 하나 신통한 묘책이 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그것은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취약점이 고비용 보다는
저효율에 있음을 간과하고 고비용 구조 개선에서만 그 해결책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방 선진 공업국과 한국등 10개국의 국제 경쟁력에 대한 독일 경제
연구소(IW)와 스위스 국제 경영개발원(IMD)의 분석결과를 토대로 독일 경제
주간지(Wirtschafts Wochc)에 보고된 자료를 보면 일본은 1332점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946점으로 8위로 평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세목별로 보면 한국은 일본에 비해 임금에서는 24점대 100점으로
절대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서 생산성에서 90점대 27점으로 열세하고
제품의 질에서도 46점으로 일본의 100점에 비해 뒤지며 특허개발 부문 역시
일본이 86점인데 반해서 6점을 기록함으로서 우리나라 국제 경쟁력 열세의
현주소를 정확히 보여 주고 있다.

우리 경제의 문제는 후발국에 비하면 고임금이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절대적인 고임금은 아니며 임금에 비해서 낮은 생산성 또는 생산성에
비해서 높은 임금이 문제이다.

이는 어쩌면 OECD에 가입한 현시점에서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즉 우리 경제가 추구해야할 경제 정책은 고비용을 감내하면서 고효율
구조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것인데 그러면 어떻게 이를 달성할 것인가.

그 해답은 지금 우리의 경제상황과 똑같은 경험을 했던 일본의
산업발달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을 비롯한 후발국의 저임공세와 선진국의 개방화 물결 아래 고전하는
지금 우리의 경제상황이 1970년대 일본의 경제 상황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 경제는 1964년 동경 올림픽을 치루고 난 후 1969년에는
동경대학을 문닫을 정도로 노사 분규가 심해지면서 임금은 올라가고
한국과 같은 저개발 국가의 저임 공세로 가격경쟁력을 상실하던
시절이었다.

그때 일본 기업들이 선택한 돌파구가 품질 입국이었다.

당시 일본이 기술로는 미국을 당할 수 없고 가격으로는 대만이나
한국 등의 후발국을 당할 수 없으니 가격 경쟁력을 포기하고 품질로서
승부를 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본각의에서 품질입국을 선언하고 전 산업을 품질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즉 연구 개발보다는 모방을 하면서 원조보다 좋은 품절로서 대응했던
것이다.

고효율 구조로의 전환 즉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기술 품질 생산성의 3두마차가 필요하다.

그런데 첨단 기술을 위해서는 연구개발을 해야 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공장 자동화나 전산화를 해야 하는데 문제는 기술 개발이나
공장 자동화는 성공할 경우 큰 효과가 기대되나 성공확률이 적고 상담규모의
투자비가 소요된다.

그러나 품질은 종업원의 정성과 이를 동기부여하는 관리 기술로
가능하기 때문에 불황기의 일본 기업으로서는 가장 값싼 선택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같이 품질 입국을 선언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가격으로는 중국을 당할 수 없고 기술로는 일본을 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격의 중국" "기술의 일본"에 대항할 우리의 유일한 선택은 "품질의
한국"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표준협회에서 발표된 "품질경영 장기발전 방향 수립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지난해에 지불한 품질 비용이 27조원에 이르고
있으며 특히 품질 불량등 품질 실패 비용만도 17조원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전사를 보면 생산직 종업원의 20%가 A/S 요원이며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미국에 판매한 자동차가 총 226만대인데 그중 50%인
109만대가 리콜됐다.

건설교통부에 의하면 도로 건설비의 20%가 보수 유지비로 지출되며,
서울시에 의하면 하수관의 43%가 이음새 접촉불량으로 530만톤의 하수가
땅속으로 스며들며 통산산업부와 대한상사중재원에 의하면 상거래 클레임의
25%가 품질불량에 의해서 비롯된다고 한다.

이처럼 산업 전반에 걸친 불량품으로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이제 더이상
우리 산업의 국제 경쟁력은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 기업은 과감히 양의 시대를 정산하고 질의 시대를 선언해야
한다.

고비용 구조가 우리가 감내해야 할 숙명이라면 우리는 하루 속히 산업의
저질을 품질 경영으로 전환, 불량율을 낮추고 고객만족의 새로운 품질을
창조해야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다행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것은 우리 산업의 불량율이 첨단
기술이 모자라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정성 부족에서 연유되기 때문에 관리
기술로 값싸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품질은 작업원의 기능과 작업원의 정성을 동기부여하는 관리기술을 모체로
해서 발휘되는 것이다.

최근에 감사원에서 신도시 하자 문제가 심각해서 아파트를 조사해 보니
총 하자간수가 484건인데 그중 80%가 벽지 타일등 마감제 시공 불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같이 품질 불량 문제를 검토해 보면 약 80%가 작업원의 의식문제에서
연유되고 20%가 기술적인 문제로 귀착된다.

끝마무리 문제만 해결해도 우리나라는 게계 제일의 풀질국가가 되는
것이다.

기업이 호황기에는 고효율 구조로의 전환을 위해서 연구개발, 공장자동화
전산화 어느 것을 해도 좋으나 오늘날과 같은 구조적 불황기에는
품질경영만이 유일한 선택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기업은 가식적으로 구호에만 그친 품질운 등에서 벗어나 질
위주의 생산체제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 아래
생존 전략 차원에서 품질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몽고군의 침략때 조국을 구원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8만1,340경의 대장경
약 5,200만자의 글씨를 새기면서 한자의 오자도 내지 않았던 일자 삼배
(글씨 한자 새기고 절세번)의 정성으로 품질입국의 기치를 내걸어야 할
시기인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