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기상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압구정동의 회사 코트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동부건설 압구정동파"가 있다.

별로 유연하지 않은 몸매에서 나오는 멋진 발리와 날카로운 스매싱이
성공할 때의 짜릿함. 바로 이 기분을 만끽하고자 주말의 모든 유혹을
물리치고 압구정동으로 모이는 "동부건설 테니스 회원"들이다.

1년에 봄 가을 정기대회를 꾸준히 개최하고 있으며 이때는 80년대초
사우디 건설현장 캠프 한 모퉁이에 테니스 코트를 만들어 즐겼던
동부엔지니어링의 황인호 부장, 동대문 주차장사업소의 신오형 소장 등
원로회원도 참석하여 끈끈한 정을 이어주고 있다.

게임이 끝난후의 뒷풀이 마당은 동부가족의 일체감조성에 일조를 다지고
있는데, 특히 처녀, 총각사원들의 의미있는 모임이 된다.

피날레를 장식하는 현회장인 민동호 이사의 "My Way"는 후랭크
시나트라를 뺨칠 정도의 수준급이다.

자랑하고 싶은 전통이 있다면 1등상으로 준비된 테니스라켓이 초보
후배회원들에게 제공된다는 것이다.

주최측의 농간(?)이라는 농담을 받기도 하지만, 후배회원들을 양성하는
선배회원들의 따뜻한 배려와 훈훈한 정을 엿볼 수 있다.

80년대의 사우디 현장과 장충동 시대를 거쳐 맥을 잇고 있는
압구정파에는 현재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총무 이창훈 대리,
자칭 코치라고 떠벌리며 여직원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김두환,
뚱뚱한 체구에도 비호같은 몸동작을 펴보이는 정일남, 테니스 때문에 쉽게
결혼에 골인한 홍병만 대리를 주축으로 날로 실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건설회사의 특성상 현장근무로 인하여 참석하지 못하는 사당동 주차장의
장희정 소장, 마닐라지사의 김석곤 차장, 광명소각로 현장의 고현중 차장과
황원준 과장의 그동안 연마한 숨은 실력을 볼 수 없어 못내 아쉽다.

"비가 오지않는 일요일엔 압구정동에 간다"라는 켓치프레이즈를 가진
우리 압구정파에는 이방인도 다수 있다.

항상 테니스장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동부상호신용금고의 양태준 부장,
농심특판부장으로 있는 필자의 지우인 김옥중 내외도 참여하여 부부대결을
벌이곤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