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시즌이 시작됐다.

이미 신입사원 채용을 끝낸 기업도 일부있으나 대부분 10~11월에 걸쳐
원서를 접수하고 11~12월중 면접과 신체검사 등을 실시한다는 계획 아래
모집공고를 내고 학교에 추천을 의뢰하는 등 우수인력확보에 부산한
모습이다.

취업준비생들의 발겅음도 덩달아 빨라지고 있다.

올 하반기 취업문은 예년에 비해 훨씬 좁을 것으로 전망된다.

''취업전쟁''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하반기 취업준비생들은 최소한 3대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고
취업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올하반기엔 작년과 달리 30대그룹이 같은 날 신입사원을 뽑지않고
각자의 형편에 따라 날짜를 정하기 때문에 복수지원이 가능, 큰 그룹의
경우 20대1은 족히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치 취업문만 좁아진게 아니다.

기업들의 ''능력주의'' 인사제도의 도입과 기업환경의 변화로 신입사원
채용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우선 그룹에서 일괄적으로 뽑아 계열사로 배치하던 그룹공채관행에서
벗어나 계열사별 혹은 소그룹별로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을 들수 있다.

계열사별 공채는 그룹에서 일괄 공채해 계열사에 배치할 경우 적재적소
배치가 어려울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중도퇴사하는 사람이 많다는
단점을 보완한다는 취지에서 기업들이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실례로 삼성그룹은 그룹공채를 하지않고 대신 전자.기계.화학.금융 등
소그룹별.직군별로 신입사원을 뽑는다.

직군은 연구개발소프트웨어 국내영업 보험증권 생산기술 경영지원 등으로
나누었다.

따라서 지원자는 자신이 원하는 소그룹과 직군을 선택해야 한다.

대우그룹은 그룹차원에서 원서접수를 받은뒤 서류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각 계열사별로 전형을 실시한다.

이밖에 선경 한진 대림 효성 동양 진로 동부그룹 등도 원서만
그룹차원에서 접수하고 전형은 각 계열사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또 대림산업 LG정밀 한라건설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과 같이 그룹공채와
별도로 독자적으로 채용하고 있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필기시험을 없애고 직무적성검사와 인성검사.면접만으로 신입사원을
뽑는 기업도 크게 늘었다.

이제 필기시험을 치르는 곳은 손가락으로 꼽을수있을 정도다.

대신 면접은 대폭 강화됐다.

두차례 면접은 이제 보통이며 평가의 공정성과 다양화를 위한 행동
관찰면접, 프리젠테이션면접, 외부전무가 면접, 동료응시생 면접까지
등장하고 있다.

영어는 대부분 토익으로 가름한다.

대기업 입사를 원하는 사람은 최소한 600~700점은 돼야 한다.

한편 업종별 취업전망을 보면 정보통신과 유통 등 일부 업종만 채용을
늘릴뿐 전업종에 걸쳐 ''흐리고 때때로 비''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반도체 값의 하락으로 감량경영이 불가피한 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 3사는 신규인력 충원을 최소한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철강업체들도 올해 계속 적자를 보고 있는데다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전망이 불투명해 채용을 줄일 계획이다.

매년 많은 인원을 늘려왔던 포항제철까지 신규채용을 줄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내수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데다 수입차 판매까지 늘고 있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자동차업계도 채용규모를 지난해 수준으로 묶거나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금융업종에 취업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은행권은 화사별로 약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채용인원은 대체로
전년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보험업계는 내실경영을 위해 조직축소를 단행함으로써
신입사원도 예년보다 평균 10~20%씩 줄여 뽑고 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일부 손해보험사가 공격경영의 일환으로
신입사원 채용인원을 늘려잡고 있는 것외에는 대한 흥국 동아생명 등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채용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증권업계는 증시침체를 반영,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줄이고 있다.

일부 대형사들이 투신업진출 지점신설 등 사업확장을 위해 채용규모를
소폭 늘릴 계획이나 소형사들은 지난해보다 낮추겠다는 입장이어서
신규 인력 채용규모는 전년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전반적인 채용감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여유가 있는 분야가 바로
정보통신과 유통부문이다.

정보통신의 경우 21세기 대표적 성장업종으로 시장규모가 크게
확대되는데다 최근 들어 신규 통신사업자가 대거 들어와 인력수요가
급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업체들이 많게는 지난해보다 2배이상 대졸신입사원 채용규모를
늘려잡고 있다.

특히 신규사업자가 대거 들어선 통신서비스업종과 시스템통합업체들의
채용규모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유통부문도 신업태의 계속적인 등장과 기존 유통업체들의 다점포화,
그리고 삼성물산 LG백화점 청구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가세하고 있어
비교적 여유있는 취업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장진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