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정주부의 불륜을 다룬 드라마를 두고 벌어진 논쟁이 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애인"의 거취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면서 급기야 부부들 사이에도
"의심"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아내의 외출을 의심하는 남성들의 문의전화가 상담기관에 쇄도한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명하고 있다.

이는 일부일처제란 제도적 장치가 최근의 불륜드라마로 인해 "혹시
빗장이 풀리지나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 한 편이 빚어낸 소산이라고나 할까.

물론 우리사회는 아직도 혼외정사를 법률적으로도 인정하지 않고
도덕적으로도 용납하지 않고 있다.

일부 남성들은 아내가 불륜의 드라마로 인해 몰래 사랑을 꿈꾸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품었겠지만, 혹시나 하는 의심 따위는 절대
금물이다.

왜냐하면 대다수 우리네 주부들은 혼외정사를 사랑으로 포장하려는
의도적이요 자극적인 드라마 정도는 쉽게 소화시킬 수 있을만큼
성숙해 있기 때문이다.

집 주변 비디오방에는 이보다 더 저질적인 비디오가 산적해 있지만
주부들은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의심은 오해를 불러들이고 오해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했다.

"유부남과 외도하는 주부는 이처럼 환상적인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단정적으로 묘사한 이 드라마가 예술이요 진정한 사랑인가를 묻고
싶다.

이젠 방송사들도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도덕과 윤리를 저버린 채
우리의 안방마저 파괴하려는 위험한 발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때문에 동네 웅덩이가 몽땅 흐려진다는 옛말이
있듯이 극소수 주부들때문에, 또는 삼류드라마 한편때문에 선량한
주부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은 삼가야 한다.

남성들도 지금까지 아내를 의심의 눈으로 지켜봤다면 이러한 선입견을
당장 지워버려야 한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말없이 성실하게 가정을 지켜가고 있는 주부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