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서 < 한국금융연 연구위원 >

금융산업이 급속히 개방되는 상황에서 외국금융기관과 비교하여
우리나라 은행들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해법으로서 외부이사를 중심으로 한 확대이사회제도의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기업의 경영지배구조가 어떻게 갖춰져야 그 기업의 경쟁력이 극대화될 수
있는가에는 많은 이론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기본축이 되는 주식회사제도하에서는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stockholders''capitalism)하는 것이 최선의 방편중 하나로
평가되어 왔고 이는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회를 통해 구현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은행산업에 있어서는 대주주가 주로 산업자본들로
구성되어 있고 산업자본의 은행지배시 과도한 경쟁력 집중이 우려되어
이들의 은행소유 및 지배권 행사는 제한되어 왔다.

반면에 금융자율화가 추진되면서 은행경영에 대한 정책당국의 직접적
개입여지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어 현재는 은행의 지배구조에 일종의 공백
상태가 발생한 상황이다.

경영자중심의 지배구조가 갖는 문제점은 은행경영이 은행 내부자의 이해를
과도하게 반영하여 경영합리화나 구조조정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며, 경영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에도 별다른 견제장치가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은행이 갖는 공적 성격을 반영하여 감독당국의 감시와 개입이 제도화되어
있으나 이는 일종의 최저기준장치(minimum standard rule)로서 그 목적이
은행의 재무적 건전성을 일정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데 있을 뿐 우수한
기업이 되도록 유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기업경영에 대한 또 다른 감시장치로서 합병 및 인수(M&A)시장이 있으나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경우 이러한 지배권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이는 물론 대주주의 경영참여제한으로 은행내에 합병을 주도할 유인을
가진 경제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데 주된 원인이 있기도 하다.

물론 내부견제장치로서 은행들에도 이사회는 존재하나 문제는 대부분
은행의 이사회가 실질적인 감시와 견제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이사회의 구성원은 주로 경영층인 상임이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외부이사도
친경영층의 성격을 가진 인물 위주로 선발되고 있다.

또한 이사회의 힘은 경영층의 선임과 평가에서 나오는 것인데 현재 은행장
선출은 "은행장추천위원회"라는 별도의 기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위원회도 전현직행장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작용하고 지속적인 경영
감시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임시기구라는 문제점이 있다.

새로운 확대이사회제도는 외부이사로서 대주주를 참여시킴으로써
실질적인 경영감시기능을 확보하고 은행의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소액주주대표와 공익대표를 포함하여 경영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은행의
공익성을 보장하는데 목적이 있다.

새로운 이사회제도의 성공여부는 무엇보다 외부이사의 활동이 얼마나
활성화되는가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이사회 활동이 부진하거나 원활한 경영을 방해하는 등 평가가
좋지 않은 이사는 이사자격을 박탈하며 의사록 등 활동사항을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한다.

담합 등을 통해 산업자본 대주주들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일부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제도적용에 있어서는 개별 은행의 현지배구조를 반영하여 최대한
탄력적인 적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사회의 궁극적 목표가 경영층의 견제에 있고 외부이사의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므로 확대이사회의 기능은 경영성과의 평가와 경영층의
선임 및 주요한 전략적 사항의 결정 등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확대이사회내에는 추천위원회 집행위원회 감독위원회 등과 같은
소위원회를 운영함으로써 내부 및 외부이사의 상호견재기능과 전문성을
살리고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시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주체는 은행의
임직원들인데 제도개편의 목적이 은행의 경쟁력 강화에 있으므로 이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책임경영이란 권한과 보상이 주어질 수 있을 때 요구될 수 있는 것이다.

이사회는 행장이 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연임, 또는 재연임의
결정권을 가지며 경영실적에 상응하는 성과급을 지급할 권한도 가져야
한다.

실질적인 권한과 견제기능을 가진 이사회가 존재하는 한 은행경영층은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회에 대해서만 책임지면 되며 더 이상 외부압력을
부담스러워 할 필요가 없다.

결국 책임경영체제의 강화는 경영자율성의 확대로 연계되어야 하며
정책당국은 제도개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이사회의
권한과 은행의 자율성을 최대한 인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제도의 성공여부는 실질적으로 개별 은행이 이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달려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은행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부여된다.

이제도가 은행산업에 성공적으로 정착되고 여타 산업에도 확산되어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문화에 변혁이 일어나길 희망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