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전 6시30분 흑석동 현대아파트.

자명종 소리와 함께 컨설턴트 A씨의 하루가 시작된다.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세수를 하고 운동복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다.

오전 7시10분.

집 앞에 새로 생긴 헬스클럽.

A씨는 여느 아침과 다름없이 아침시간 30분을 기꺼이 체력단련에 할애한다.

하루 10시간 이상의 과중한 정신노동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체력의 뒷받침이
필수적이기 때문.

오전 8시30분.

아내와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길에 나선다.

얼마전 구입한 중형승용차 안에서 오늘 해야할 일과를 머릿속에 정리해
본다.

오전 9시30분.

광화문 <><>빌딩 13층의 사무실에 도착, 우선 전화기의 음성녹음을
확인한다.

인도 지사에서 자료를 부탁하는 내용의 전화를 비롯한 각종 전화가
와 있다.

이에 대한 ''응답''을 모두 마치고 나면 10시가 좀 넘는다.

노트북 PC를 켜고 전자우편을 확인, 답장을 보내고 나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11시.

팀원간 회의에 참석한다.

회의통화(Conference call)를 이용해 미국 본사직원과도 의견을 교환한다.

회의통화란 불가사리 모양으로 특별히 제작된 전화기를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팀원들간에 서로 대화하는 것이다.

12시.

햄버거와 콜라 한잔으로 점심을 때워가며 회의를 계속한다.

오후 3시.

을지로에 있는 고객사의 본사 회의실.

A씨는 가벼운 흥분을 느끼며 고객사 사장에게 프로젝트의 중간 진행상황을
보고하는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한다.

지난 한달간 A씨와 그가 속한 팀이 얼마나 준비를 해왔는지를 평가받는
자리.

컨설턴트가 자신의 모든 능력을 펼쳐보이는 순간이다.

오후 6시.

종로의 한 한식집에서 고객사 임원및 기획팀과 저녁식사를 같이한다.

식사 중에도 고객들의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반응에 온 촉각을 기울인다.

사장의 반응이 대체로 만족스러운 편이어서 A씨도 기분이 좋다.

오후 8시.

사무실에 돌아와 미국 본사에 자료를 보내고 오늘 걸려온 전화에 응답하는
등 잔무를 처리한다.

오후 10시.

오늘 일한 시간을 시간표에 기입한다.

고객에 비용을 청구할 자료다.

따져보니 모두 10시간 30분.

내일은 기약하며 A씨는 집으로 향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