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론에 "명전자성"이란 말이 있다.

이름은 그 사물의 성질을 나타낸다는 말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8일자1면 톱기사로 북한의 잠수함을 이용한
무장간첩단 동해안 침투사건을 취급하면서 "북조선의 소형잠수함이
좌초해 승무원이 상륙한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이 같은 표현은 고의든 과실이든 이번 사건의 본질을 아주 왜곡한
것이다.

아사히신문의 표현대로라면 우리는 비록 북한 선박이라 할지라도
해난을 당한것이므로 국제법상 구조해 줘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잠수함이 군사작전용이고 잠수함이 해상북방한계선을
넘어 남하했으며 무장간첩단이 승선했었다는 사실로 볼때 성격이 젼혀
다르다.

또 우리 매스컴사이에서도 이들이 "무장간첩"이라고 불렀다가 19일부터는
"무장공비"라고 지칭했다.

국제법상의 관례 등에 비추어 300t이상의 잠수함은 본격적인 군사작전을
위한 수단이되고 인민무력부 산하 다수 병력이 침추한 사실 등은
"무장간첩"이라고 보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이유등을 근거로 삼고 있다.

공비란 공산당의 유격대를 비적으로 일컬어하는 말로 본디는 중국에서
국민정부시대에 공산당의 지도아래 활동한 게릴라를 가리킨다.

그런데 이번에 생포된 이광수에 의하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침투목적이
강릉비행장과 동해안 군시설등에 대한 정찰임무였다고 하므로 게릴라
활동과는 그 성격이 다른 것 같다.

다만 무장간첩이었다면 그들의 인원수가 정보탐지에는 너무 많다고
하는 점이 석연치 않다.

문제는 그의 진술에 의하면 북한 잠수함이 지난 15일부터 17일 밤까지
3번이나 해안에 접근해 침투조와 안내조를 상륙시켰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스파이활동을 할 동안 우리 군경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궁굼하다.

북한정권이 경제난과 심각한 식량난으로 곧 붕괴할 것이란 일부의
희망적 관측으로 우리의 대북 경각심이 해이해진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비록 북한이 경제적으로 고통은 받고 있지만 그들의 적화통일야욕은
변함이 없고 우리도 그들의 무력도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늘 만반의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다짐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지역 주민의 반공의식과 용감한 시민정신은 높이
평가해야한다.

평소는 사회기강이 느슨한 것처럼 보이는 자유사회가 유사시에는
얼마나 강인한 일치된 힘을 보여주는가 알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아직도 무력도발을 하면 남한사회가 혼란해지고 공산혁명이
이뤄질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판이다.

북한정권은 이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