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의 유연성과 경쟁력 ]

김재원 < 한양대 교수 / 경제학 >


국제경영개발원(IMD)등 각종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최근
몇년 사이 점차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MD 보고서에서는 경쟁력이란 경제적인 측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즉 기술 교육 가치관 기업문화 등 소프트적인 측면이 경제가 발전할수록
더욱 중요시된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무역수지나 성장률로 경쟁력을 평가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노사관계도 새로운 경쟁력지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WTO(세계무역기구)체제가 출범하고 노동과 무역을 연계시키는
블루라운드(BR) 논의가 진전되면서 세계 각국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노사관계틀을 수정하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노사관계개혁도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사관계개혁의 핵심은 노동시장의 탄력성을 높이는
기업의 유연화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유연화 전략은 우선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서 그 기본틀을 짜야 한다.

모든 나라와 경쟁하는 대경쟁시대가 된만큼 선진국이 갖고 있는 제도와
환경은 반드시 마련해 놓은 상태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우리나라의 여건을 감안한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여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협의로 보면 노사관계를 둘러싼 제도 구조 사람의 문제로 귀착된다.

이중에서도 인간적인 요인이 가장 중요한 데 우리나라의 경우 협상이나
교섭을 어용시하고 선명성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풍토부터 바꾸어야 한다.

이런 바탕위에 노사개혁의 방향을 국가경쟁력제고에 두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국제적 추세를 보면 노사관계는 대립적 측면보다는 협조적이고
중장기적으로 노사가 모두 승리하는 "파레토 최적"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전세계적인 추세는 우리나라의 노사관계개혁에도 반드시 반영돼야할
것이다.

그것은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깊은 관계가 있다.

우선 임금과 고용의 탄력성을 높여야 한다.

임금의 가격조정기능을 강화하고 고용형태를 지금보다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불안의 문제를 최소화해 근로조건과 고용수준간의 조화를 이루는
합리적 교섭관행을 정립한다는게 대전제다.

임금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사간 자율적 교섭능력을 높이고 임금이
경기, 생산성에 탄력적으로 순응하는 유연한 임금교섭방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물가정책을 중립적으로 추진하고 물가지수 및 생산성통계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또 현행의 복잡다기한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직무수행결과와
직무수행능력에 상응하는 보상체계를 만드는 작업이 시급하다.

고용의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력수급의 원활화를 위한 정책을 수립
해야 한다.

정부는 국내 가용인력의 활용에 중점을 두고 인력수급불균형의 해소를 위해
산업정책 임금정책 여성정책 인력정책간의 합리적 조율도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기업의 유연화 전략이 이렇게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노동계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려 하는데 있다.

물론 현행 우리나라의 노동관계법은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건 사실이다.

또 이익집단간의 첨예한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이의 개선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중에서도 복수노조문제 노조의 정치활동 제3자개입금지 등은 적절한
대안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이들 문제는 우리나라의 노사관계가 개선되고 노동운동이 제대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주변여건을 조성하고 나아가 점진적으로 이들
문제의 해법을 찾는 단계적 제도개혁이 바람직스러울 것이다.

세계가 매달리고 있는 기업유연화 전략의 틀을 짜는 것이 우선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