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과 함께 갑자기 불어닥친 감량.긴축경영바람이 공.사기업을
가리지 않고 전산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경제불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많은 기업들이 생존차원의 체중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일부 대기업에서 일기 시작한 감량바람은 요며칠 사이 신규채용억제및
감원 급여동결 인사제도개혁 경비절감 사업구조재조정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태풍으로 변해 경제현장은 물론 사회전반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대소기업들이 앞다투어 "공격경영"이다.

"세계경영"이다 하며 적극적인 경영전략을 선언하던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하루아침에 180도 급선회 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 대다수가
어리벙벙해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성 싶다.

이처럼 갑작스런 감량바람은 실업자를 양산하는등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소비를 위축시켜 오히려 불황을 더욱 깊게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몇년동안 누적돼온 고비용 저효율구조에 대한 근원적인
수술없이는 선진경제진입이 불가능 하다는 점에서 감량의 불가피한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감량의 고통 속에서도 일부 기업들이 수십억달러가 소요되는 해외투자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는 사실에서 우리는 이번 불황을 사업구조조정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기업의 의지를 동시에 읽게 된다.

감량경영에 대한 평가는 시각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수 있지만 한가지
분면한 점을 지금의 경제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가 고통분단을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입으로는 고통분담을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면서도 행동으로 수범의지를
보여주지 못함은 심히 유감스럽다.

고통분담의 전제가 돼야하는 물가안정에 실패하고 있는 것은 물론
선서선심용 또는 관변단체지원 같은 정치성 예산이 곳곳에서 눈에 띄는
팽창예산안을 관철시키려는 모습도 곱게 보이지 않는다.

정부 스스로 뼈를 깎는 의지없이 가계와 기업에만 고통분담을 주문하는
것은 "분담"이 아니라 "전가"일 뿐이다.

기업은 방어경영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불황은 긴 경기순환의 사이클을 놓고 보면 한 순간에 불과하다.

위기앞에 맥을 놓거나 소극적인 전략으로 위기를 피해가려고만 해서는
경쟁력이 길러질 수 없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처럼 불황을 정면으로 돌파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망된다.

근로자들도 방관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 거국적인 불황타개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감량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근로자들에게 떠넘기는 수법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우리경제의 고질병인 고비용 저효율의 책임이 상당부분 근로자측에도
있음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불황대책의 본질적 핵심이 기업의 체질강화와 생산성향상일진대
이는 노사협력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정부 기업 근로자 모두 당면한 불황을 재도약의 기회로 바꾸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