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협력기구인 BIS(국제결제은행)는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인도 러시아 멕시코등 9개국의
중앙은행을 정회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OECD가입과 함께, 한국은행이 선진국 중앙은행들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돼온 BIS에 가입하면 우리경제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는
일은 적어도 겉으로는 어느정도 마무리되는 셈이다.

지난 1930년에 독일의 전쟁배상금마련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설립된 BIS는 이번 확대직전 32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었다.

그리고 IMF(국제통화기금)와 함께 OECD 또는 G-7(선진 7개국)회담에서
논의되는 국제경제현안들, 특히 국제금융문제에 해결지침을 제시하는
등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보다 구체적으로 BIS는 국제통화및 금융시장의 안정유지를 위해 회원국
중앙은행간의 정보교환 교류협력 금융거래 등을 주선하고 만약의 경우에는
유동성을 지원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우리경제가 멕시코사태와 같은 외환위기를 겪게되면 BIS의
신용공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통화및 환률안정을 위한 정책협조,
금융기관경영의 건전성유지 및 은행감독강화, 국제결제제도의 개선노력
등을 통해 국내금융시장의 선진화를 앞당기는 일이다.

한예로 지금까지는 은행감독원의 권장사항이었던 자기자본비율 8%유지가
한은의 BIS가입으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사항이 된다.

이밖에 BIS가 내년말까지 도입할 예정인 시장리스크를 반영한
"신자기자본비율"도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며 파생금융상품의 공시및
시가회계제도의 적용확대 등도 준수해야 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실정에 걸맞지 않는 지침이나 기준이
적용될 수도 있으며 때로는 국제적인 정책협조 때문에 독자적인
거시경제정책이나 금융정책의 시행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부담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BIS가입을 계기로 한은이
장치 중앙은행으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제대로 정립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의 한은은 특히 통화가치안정을 통한 인플레체질개선노력이
만족스럽지 못한 개방경제로의 이행에 발맞춰 서둘러야 할 통화관리방식의
개선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또한 BIS 가입에 따라 국제금융현안의 논의에 참여하고 관련정보를
신속하게 입수할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정작 국내에서는
통화신용정책을 분담하고 있는 재정경제원과의 협력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한 예로 한은은 신탁계정을 통해 얼마의 자금이 조성됐는지는 알고
있으나 재경원의 비협조때문에 신탁계정의 자금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겉으로는 금리중심의 통화관리다,통화지표의 변경이다 하면서도
속으로는 신탁계정이나 제2금융권의 관할권다툼 때문에 한은과 재경원의
관계가 미묘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좋든 싫든 통화신용정책을 분담하고 있는 두
기관간에 정보교환마저 제대로 안되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BIS가입을 통한 위상제고에 앞서 국내체제정비및 기관간 협조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