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매체에 연일 오르내리는 사상 최고의 무역적자 걱정에도 불구,
이를 아랑곳 하지 않는 대기업이 있다.

산업용 공기압축기를 다년간의 연구끝에 국산화, 국내 산업현장에 공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에 수출까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터보식 공기압축기의 국내시장이 연간 1,000억원규모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국산제품이 없어 수입기계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던 중,
지난 93년도에 상공부(현 통상산업부)의 국산화 기계육성자금과 중소기업
으로서는 무리한 자금을 보태 20억원이상을 투자하여 국산화에 성공하였다.

이렇게 개발한 기계는 이미 일부 중견기업체에서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D제강 포항공장 신설공장이 "수입기계와 비교해서 납품실적이 적다"
는 이유하나만으로 국산기계에 비해서 엄청나게 비싼 수입기계를 사용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국가산업발전을 위해하는 행위이며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는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근의 동종업체인 K산업에서는 오히려 국산화를 환영하며 사용, "잘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자국에서 수입대체품을 개발하면 기업 스스로가 구매를
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쌓았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회피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외국에 수출하려고 많은 비용을 들여 현지에 가서 전시회도 열어 판촉활동
을 벌이지만, 국내기업들이 외면한다면 과연 어느 외국업체가 한국산제품을
구매해 주겠는가.

눈앞의 이익만 좇거나 진정한 국가경쟁력을 고려하지 않는 이러한 대기업의
관행이 국가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승천 < (주)세아중기 대구영업소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