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역적자 문제가 심각히 대두 됨에 따라 수입수요를 억제하는
방안으로 세제혜택이 있는 2년 한시 판매의 가계장기저축과 1년 한시
판매의 근로자주식저축 상품의 신설이 경상적자의 주요대책으로 제시되었다.

무역적자는 생산성이나 경쟁력 제고를 통한 수출 증대로 해결하여야
하나 이를 위하여는 경기 활성화에 따른 물가상승의 압력을 무시할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정부의 조치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그러나 금번 취하여진 정부의 저축증대 방법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고
본다.

정부는 일부 저축상품에 단기간 세제혜택을 줌으로써 저축을 증대시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으나 이 제도가 현재의 과소비 자금을
얼마만큼 끌어들여서 저축증대를 이룰수 있는가에는 의문이 많다.

오히려 기존의 금융저축을 이 상품으로 메우는 역할 밖에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더욱이 저축자의 욕구를 무시한 이러한 단기적 처방은 결과적으로
무역수지의 개선에는 기여하지도 못한채 저축시장의 혼란과 세제혜택으로
인한 세수손실만 야기하게 된다.

우선 한시적 세금우대저축으로 저축증대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근본적으로 저축은 습관에 의하여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 수익률을 증대시켜서 국민저축을 증대시키겠다는 발상은
정부의 저축정책 빈곤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에서 매년 실시하고 있는 저축시장조사에 의하면 저축동기는
수익률 변화에 거의 민감하지 않다.

둘째, 개인의 저축에는 대개 장기적 목표가 있다.

노후생활에 대비하기 위하여, 혹은 자녀의 혼수나 주택마련을 위한
저축 등이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효율적 저축방법은 각기 다르다.

따라서 정부는 오히려 이러한 개인의 의지를 쉽게 달성할수 있는
저축수단을 마련해주는 것이 현재의 저축률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지름길이 된다.

장기적 목표가 있는 저축만이 과소비를 억제할수 있으며 무역적자의
요인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킬수 있다.

셋째, 지금까지 세제혜택이 있는 저축상품은 수시로 판매되어 왔으며,
따라서 이러한 정책이 국민에게는 추가적 저축을 유인할만한 새로운 제도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자금의 속성으로 인하여 기존의 저축상품에서
수익률이 높은 신금융상품으로의 이동만을 촉진할 뿐이다.

이러한 정책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본다.

우선 이로 인한 소득재분배의 역진성이다.

정부는 소득재분배정책을 위하여 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엄청난
재원의 사회복지정책 교육정책 근로복지정책 등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저축상품이 평소에 저축여력이 없는 저소득층에는
실질적 혜택이 없는 반면, 유휴자금이 많은 고소득층에는 세금부담을
경감시킴으로써 실질적인 부의 증대에 기여하게 된다.

즉 현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소득재분배 정책의 이념과 상충된다.

역진적 소득재분배의 결과를 최소화하면서 국제수지의 적자해결 뿐아니라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사회간접자본 등의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궁극적 저축증대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의 우리 사회경제적 현황을 볼 때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는
연금제도의 활성화 이외에 대안이 없다.

연금은 평균수명의 연장에 따라 늘어가는 노후기간의 생계를 위한
저축으로서 지속적인 자금의 축적이 없이는 마련이 불가능하다.

이 제도가 국민에게 제대로 인식만 될 수 있다면 연금제도의 활성화는
결코 일과성의 저축형태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노령화와 핵가족화 시대에 대비하여 개인은 노후저축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이제 그들의 노후를 위하여 어떤 형태로든 평생저축 습관을 형성시키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 자신을 위한 연금제도를 통하여 정부가 원하는 국민저축을
증대시켜야 한다.

현행 연금저축의 주요 수단으로서 국민연금이 있으나 국민연금의 생애소득
대비 연금급여의 비율은 30%정도에 불과하여 노년기의 생계비를 거의 충당할
수 없다.

선진국의 경우 안정적 노후 수입으로서 생애소득이 50~70%를 연금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보아도 연금상품의 저축증대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의 연금수요를 자극하는 것이 저축증대에 매우 중요하다.

국민연금에 추가하여 연금을 통한 저축증대를 도모하기 위하여는
무엇보다도 기업연금제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과거 기업연금은 퇴직금제도의 대안으로만 제시되어 왔다.

그리고 기업의 종업원에 대한 책임으로서 이를 업계에서도 지속적으로
모색해 왔다.

개인연금제도의 도입 이후 상당수의 대기업에서는 개인연금 갹출료를
회사에서 대납하고 있다.

이는 기업도 종업원의 노후를 책임져야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보이는
현상이라고 보며, 충분히 기업연금에 대한 관심이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 기업연금제도가 우리의 경제사회적 현실과 맥을 같이하면서
본격적으로 도입되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2030년께에 예상되는 국민연금의 재정적자는 연금급여와 보험료간의
구조적 문제로 인하여 연금급여를 대폭 삭감하거나 연금보험료를 대폭
인상하지 않으면 안된다.

소위 복지국가체제 하에서는 일반적으로 사회보장으로 보장해야
할 기초적 노후소득 수준이 있기 때문에 연금보험료의 인상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앞으로 인상될 국민연금의 증가분을 세제혜택 기업연금제도에
의무 적립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을 이행하지 않으면 국민연금관리공단에 해당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한다면 자연스럽게 기업연금제도가 도입되게 된다.

이는 국민에게 충분한 연금을 마련하도록 하는 유인이 되면서 현재
문제되는 국민의 과소비를 노후저축으로 이끌어가는 최선의 방법이
된다.

더욱이 국민연금의 재정적자가 국민연금기금의 비효율적인 운용
가능성에도 기인한다는 점에서 향후 국민연금의 적용제외제도
(contract-out)로 공적연금의 민간부문참여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공적연금시장의 관민경쟁체제로 국민연금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연금의 도입에는 먼저 법정퇴직금제도와의 관계가
설정되어야 한다.

법정퇴직금제도는 국민연금제도와 고용보험제도의 도입으로 인하여
사실상 그 기능을 상실했다고 본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적용제외제도로서 기업연금의 도입은 퇴직금제도를
임의제도화하는데 노사가 모두 동의하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본다.

이제는 국가뿐 아니라 개인을 위하여도 "저축만이 살길"이라는 지난시대의
구호를 다시 꺼내어 절실히 실천해야할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