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을 위한 커피가 있는 곳"

성신여대 정문앞 "유로 커피점".

이 곳을 찾는 손님은 커피맛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따질 수 없다.

송정희사장(25)이 주문에 따라 손수 정성껏 커피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것도 미국에서 직수입한 냄새좋은 원두커피와 15가지의 향신료, 초콜릿
가루, 스팀우유 등 좋은 재료들만 갖고 만든 블렌딩 커피를.

송사장은 "자판기커피를 좋아하는 인스턴트식성의 손님들은 "유로커피점"에
들르지 않는게 좋다"고 잘라 말한다.

그날 기분에따라 "오늘은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달리 주문하는 나름대로의
멋쟁이들이 이집의 손님들이기 때문이다.

하루가 힘들다고 생각될땐 "마끼아또"를, 연인과 입맞춤 전엔 개운한
"콘 빠나"를, 그리고 그윽한 추억에 잠길땐 "라떼"를 주문할 수 있는 수준은
갖춰야 한다는게 송사장의 주장.

주문한지 5초도 안돼 데운 커피에 설탕과 크림까지 곁들여 나오는 보통
커피전문점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유로커피점"은 다소 짜증나는 곳일 수
있다.

주인겸 종업원은 단 한명밖에 없고 그나마 손님들의 취향에 따라 맛을
맞추다보면 보통 5분씩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가다림을 대화로 즐길줄 아는 멋쟁이 커피마니아들이라야 유로커피점의
맛좋은 커피를 즐길 자격이 있다.

3평이 못되는 작은 공간에 10개의 의자가 있긴 하지만 기다리는 손님이
많아서 편히 쉬기는 어렵다.

대신 "캐리 아웃(Carry Out)용"으로 포장된 커피를 들고 강의실이나 야외
또는 차안에서 그윽한 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그렇게 까다로워서야 손님이 어디 있겠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침강의 때문에 일찍 집을 나선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까지 "유로커피점"의
문을 아침 8시부터 두드려대기 때문이다.

전화 925-2059

<글 박수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