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하기 좋은 나라로 기업은 옮겨간다.

시장이 가까워서도 가고 생산비용이 적게 들어서도 옮긴다.

우수한 두뇌가 풍부한 데로 가기도 하고 근면하고 손재주좋고 임금까지도
낮은 데로 가기도 한다.

무한경쟁시대 개방경제 체제에서 지구촌을 무대로 한 글로벌 경영은
기업과 산업의 국제적 이동을 촉진하며 이것이 또 생존전략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만큼 외국 기업들은
들어오지 않고, 바깥에서만 투자가 늘어 국내기업의 해외생산 비중이
높아져 국내에서는 일자리가 줄어드는데 있다.

통계청이 지난 16일 발표한 "2.4분기 고용동향"은 경기가 위축되면서
일자리가 눈에 띄게 줄고 있어 불안한 예감을 주고 있다.

공장이 문을 닫거나 제한가동에 들어가면서 특히 제조업 고용이 격감하고
있고,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20대의 젊은 대학졸업 남자의 실업률이 무려
5.7%(전체수준은 2.2%)로 올라갔다.

음식 숙박업, 서비스 판매직, 자영업 등 서비스업종은 되레 고용이 늘고
있다.

높은 임금과 노사분규, 그리고 기술인력난 때문에 기업인들의 제조업기피와
생산기지 해외이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제조업의 대탈출은 이미 시작되었다.

섬유와 전자업종은 노사분규에 겹치는 인력난을 피하고 임금절감으로
적자를 면하기 위해서이다.

반덤핑 공세를 피하는 이득도 있다.

철강과 조선은 높은 땅값과 수송비를 절감하는 현지생산으로 수출장벽을
돌파하는 이점이 있지만 엔저로 약화되는 국제 가격경쟁력도 피할수 있다.

해외생산 비중이 이미 69%를 넘어선 컨테이너 업계는 해외로 나가야만
수지가 맞는 업종이 된지 오래다.

비싼 인건비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의 수출주력업종인 반도체와 자동차마저 해외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고비용 저효율의 고질적 경제체질에 늘기만 하는 행정규제가 기업경영
환경을 극도로 열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조원 단위의 생산시설 투자가 최근 해외에서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물론 기술과 자본, 시장과 선취이득의 경제적 유인에도 있다.

그러나 이를 재촉하는 것은 기업의욕을 꺾고 시장에서 얻은 성과를
질시하고 기업인을 존경하지 않는 "반자본주의 심리"에 더 큰 원인이 있다.

경쟁력있는 기업이 떠나고 능력있는 사람이 일자리를 잃는 산업공동화는
막아야 한다.

첫째 노조활동의 반기업적인 위해행위를 법으로 다스려 근절시켜야 한다.

기업주나 경영인의 사업의욕이 가장 꺾이는 경우는 한솥밥을 먹으며 생산과
수출현장에서 뛰는 근로자들이 생명과 같은 생산장비를 노사대결의 볼모로
이용할 때라고 한다.

기업인이 의욕을 잃으면 일자리가 줄고 근로자가 제일 먼저 손해를
입는다는 사실이 주지되어야 한다.

둘째 기업의 적응력과 경제효율을 높이는 산업합리화와 경쟁력있는 기업이
떠나는 제조업 공동화는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80년대 말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 기업의 동남아 생산기지 구축은 엔고탈출
합리화전략이었다.

그러나 제조기업이 자꾸 없어지고 쉽게 돈버는 서비스 자영업만 느는
제조업 공동화는 경계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