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TV에서 한국통신 광고를 보았다.

익살과 해학이 넘치는 모델이 등장하여 전화통을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너 전화 맞니? 어휴 스트레스"하면서 걸던 전화를 탓하는
장면이 인상적인 광고였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한국통신과 제2전화사업자인 데이콤의 경쟁이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닌데,내심 전화요금이 싸지고 서비스도 좋아진
것은 두 회사의 공정한 경쟁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보도에 따르면 98년에는 외국통신회사의 국내 진출이 허용된다고
한다.

진정한 경쟁을 통해 "힘"을 길러야 한다는 명제가 어느때 보다
강조되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보도된 뉴스는 이러한 가치있는 경쟁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부도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씁쓸했다.

그동안 이 땅의 통신시장을 독점,땅집고 헤엄치듯 엄청난 성장을
거듭해온 한국통신이 경쟁사인 민간통신회사 데이콤의 시외전화 사업을
노골적으로 방해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정부투자기관으로서의 한국통신이 민간사업자의 시외전화사업을 자신의
기술적 통제장치를 남용해 가면서 원천적으로 통화를 불가능하게 하는
모습은 "힘있는 자의 횡포"에 다름 아니다.

수십년간 국민의 전화를 책임지던 회사이며, 통신경쟁에서 당당하게
맏형 노릇을 해야 할 한국통신의 이런 행위는 무척 점잖치못한 행위였고,
"경쟁"의 진정한 의미를 망각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한국통신 광고에서 시외전화 082를 빗대어 짜증을 내던 장면은,
그렇듯 통화불량이 되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먼저 곰곰 생각해 본
연후에 방송되어야 마땅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민수 < 서울 서초구 잠원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