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은 경영능력 금융 인력 기술 등의 분야에서 복합적으로 경영
애로를 겪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큰 애로는 금융기관의 높은 문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막연한 금융지원보다는 신용대출확대등 금융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중소기업 경영애로
요인"이라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4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영애로
사례를 조사한 결과 금융문제로 애로를 겪고 있는 업체가 13개에 달했다.

다음으로는 인력난(9개사) 기술부족(8개사) 경영능력부족(7개사) 경영환경
정보부족(6개사) 행정규제(4개사) 대기업과의 관계(4개사) 등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와관련, 중소기업정책은 일시적인 자금지원보다는 금융시스템
개선,경영정보수집 능력 제고 등 근본적인 대책이 요망된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특히 대기업 경제단체 부설 연구기관이 사례연구를 통해
중소기업들의 경영애로요인을 현장감 있게 파악하고 그 정책적 대안을 제시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보고서에 나타난 중소기업들의 주요 경영애로 사례를 요약소개한다.


<> 사례1 =A사는 매출액 20억원정도의 시계조립업체로 어음할인이 은행에서
잘 안되기 때문에 주로 사채시장에서 어음할인을 하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들에 현금결제를 권하고 있지만 실제로 현금결제를 하게 되면
대기업들은 그대신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한다.

따라서 기업간 거래관행에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소기업에 그 피해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 사례2 =B사는 자석식 코드를 만드는 업체로 종업원 30명에 지난해
매출액은 30억원이었다.

이 회사는 공장을 이전하고 싶어도 인력확보가 어려워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종업원 대부분이 주부사원이어서 공장을 이전하면 생활지역과 멀어지기
때문이다.


<> 사례3 =산업용 감속기를 생산하는 C사는 73년에 설립돼 업계에서 상당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다.

최근 노후설비를 대체하기 위해 은행문을 두드렸지만 담보가 없어
거절당했다.

정부의 중소기업 부양책으로 자금이 마련돼도 실제 은행창구에서는 책임
회피를 위해 담보를 요구하기 때문에 담보가 없는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이다.


<> 사례4 =D사는 1회용 도시락 용기와 밑반찬 류를 생산하는 업체로 지난해
공장설립을 위해 은행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주무관청에서 공장허가를 늦게 내주는 바람에 가동을 못한 상태에서
대출금 만기가 도래해 부도위기에 몰려 있다.

또 최근에는 1회용 고추장을 단순포장해 납품했으나 1회용 고추장을 생산
하려면 "소백분 제조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에 걸려 식품위생법 위반
으로 고발까지 당했다.


<> 사례5 =E사는 봉제완구업체로 지난 92년 국내공장을 폐쇄하고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공장을 이전하면서 빌린 시설투자자금의 상환시기가 도래하면서 최근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그나마 이 회사는 호황때 낸 이익금으로 부동산을 사두어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당시 시설투자를 했던 동종 업체들은 문을 닫았다.


<> 사례6 =F사는 중견 소프트웨어 업체였으나 최근 정부로부터 수주한
사업의 승인이 지연되는 바람에 부도를 냈다.

은행에서는 사업승인만 나면 대출해 주겠다고 했으나 사업승인이 나기까지
9일을 버티지 못해 부도처리 됐다.

소프트웨어사업은 기술력이 유일한 자산인데도 현행 금융시스템은 이를
평가할 만한 능력이 없어 자금지원을 받기 어렵다.


<> 사례7 =건설업체인 G사는 보유토지에다 수영장을 지어 경영해 왔는데
최근 수영장은 주된 사업이 아니므로 비업무용 토지라는 판정을 받아 막대한
세금을 추징당했다.

그동안 수영장경영에 대해서는 사업자등록도 내고 세금도 정상적으로
내왔는데 갑자기 비업무용 토지로 판정돼 타격이 크다.


<> 사례8 =H사는 가전제품 부품업체로 생산량의 95%를 대우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안정적인 거래선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대금도 대부분 60일 이하의 어음으로
결제받고 있어 경영에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금리가 너무 높아서 금융비용 부담이 큰 것과 인력난이 문제다.


<> 사례9 =기계업체인 I사는 92년에 납품대금이 회수되지 않아 은행들을
돌아다니며 자금융통을 애원했지만 한결같이 담보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다행히 신설은행이었던 P은행에서 신용대출을 해줘 가까스로 부도를
면했다.

정부가 제시하는 금융지원정책도 담보가 없으면 지원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이 못된다.

<임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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