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득종합과세가 실시되면서 고액 금융소득자들의 행태가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적절한 상품을 찾아 포트폴리오를 짜는가 하면 아예 금융권에서 이탈해
실물로 옮겨가는 사람도 있다.

또 "내가 못쓰더라도 자식대에나쓰게하자"는 "알뜰 상속파"가 있는가
하면 "세금을 내느니 차라리 멋지게 쓰고나 가겠다"는 "실망소비파"도
늘고 있다.

이들을 행태별로 나누면 크게 4부류가 된다.

가장 일반적으로 볼수 있는 형태가 "포트폴리오 추구형"이다.

이들은 종합과세회피상품을 찾아 여러 금융권의 상품을 비교해서 최적의
분산을 하는 사람들이다.

은행이나 종금사의 "프라비트 뱅킹 룸"을 찾는 주고객도 이들이다.

이들의 포트폴리오는 대개 비슷하다.

대부분의 자금을 보험사 7년이상 장기저축성상품과 채권실물에 투자한다.

다만 이 두 상품에 투자하는 비중이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두상품에 투자하고도 돈이 남는 사람은 주로 투신사의 수익증권을
찾는게 일반적이다.

현재 있는 거액의 여유자금을 여기다 분산하고 단기여유자금은 종금사의
어음관리구좌(CMA) 기업어음(CP) 은행의 월복리신탁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이들 상품은 종합과세를 피할수는 없지만 부동산이나 주식값이 올라
투자기회가 생기면 당장 옮겨 가겠다는 전략이다.

언제든지 주식과 부동산에 자금을 투입할수 있게 준비해둔 "예비군"인
셈이다.

두번째 부류는 낮은 이자에 대한 실망감때문에 실물투자기회를 노리는
"부동산 집착파"다.

이들은 비록 현재 부동산가격이 안정돼 있어 큰 수익을 올릴수는 없지만
금융소득이 많아 모든 소득이 노출되느니 보다 현재부동산의 낮은 수익률
에서 잠복해 있다가 한몫을 보겠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국지적으로 개발수요가 있는 지역을 찾아다니며 나대지 임야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들이 금융권의 종합과세회피상품을 거들떠 보지 않고 있는 것은 그동안
얻은 수익이 너무 많은 탓에 기대수익률이 높아진데 있다.

10%대의 수익률은 "양이 차지 않는다"는 얘기다.

세번째 부류는 "증여파"다.

"세금으로 내느니보다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는게 이들의 일반적인 생각이고
따라서 증여세를 가장 적게 내면서 재산을 물려줄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세무사나 공인회계사를 찾아다니며 절세방안을 묻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세법개정안도 이런 수요를 감안한 것이고 올가을에
법이 통과되면 실질적으로 이들은 세금을 덜내고 상속을 할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마지막 네번째 부류는 "실망소비" 또는 "절망소비" 세력이다.

이들은 세금으로 내거나 자식에게 물려주기보다는 차라리 살아 생전에
멋지게 돈이나 써보자는 생각이다.

이들은 최근 CMA나 CP 등에 투자했던 돈을 찾아 호화해외여행 등에
쓰고 있다.

이런게 일반인들 눈에는 "과소비"로 비칠 수 밖에 없다.

은행의 거액투자자 상담자들은 "이런 소비행태가 그들의 소득수준에서 보면
"과소비"는 아니라고 볼수 있지만 사회전체적으로 보면 불필요한 소비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소비행태가 과거에는 일부 졸부들만의 전유물이었으나
최근에는 건전한 재산가들도 이런 풍조에 합류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 안상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