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자 관련 세계최대 학술대회인 제 36회 국제 순수 및 응용화학회
(IUPAC) 고분자분과회의가 5일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개막됐다.

한국고분자학회 2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9일까지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에는 미국의 제임스 아코노미박사, 독일 게하르트 베그너
박사, 일본 아키히로 아베박사, 재미화학자 유혁박사 등 고분자분야의
세계적 석학을 비롯 전세계 50개국 1,500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특히 고분자합성과 반응, 고분자구조와 물성, 열역학
및 분자동역학 등 11개분야에 걸쳐 1,130여편(국내 360여편, 해외 770
여편)의 연구논문이 발표될 예정이다.

첫날 본회의에서 성재갑 LG화학 부회장은 ''21세기 화학산업의 전망''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성부회장의 연설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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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초에 가장 유망한 산업은 무엇인가.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의료 및 건강 <>환경 <>에너지 <>정보통신
<>신공정기술 등의 분야가 꼽히고 있다.

이 분야 시장은 앞으로 20년안에 현재보다 최소 3배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조사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이들 산업들은 다른 산업과 기술력을 한데 모아야만 첨단산업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한 예로 생명공학은 분자생물학 화학 생화학 공학의 결합 없이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러 전문 분야와 상호 연관된 고도의 과학기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적시에 적절한 공정과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화학산업은 21세기의 이러한 과제들을 완수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될 것이 분명하다.

역할이 중요한 만큼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모든 기업이 앞 다투어 그들만의 핵심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술력의 비교우위는 지식집약적인 고부가가치 기술력과 이들
기술력의 시장중심적 요구 및 서비스와의 전략적 융합에서 얻어진다.

화학산업은 이런 틀을 기본으로 21세기 전략을 짜야한다.

화학산업은 지금도 세계적으로 주된 산업중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근대 역사상 경제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고분자학은 우리 생활에 눈부신 발전을 가져왔다.

고분자 연구는 랩탑컴퓨터나 휴대폰과 같은 소형 인기 제품들의
호스트 뿐만아니라 에너지 측면에서도 큰 활약을 하고 있다.

우주공학 고기능 전산정보 의학 등을 포함해 모든 산업분야가 화학
산업에서 얻어진 신소재 개발에 의존해 왔다는 점은 화학이 일구어낸
큰 기여 내지는 결실이라고 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21세기 화학산업의 전망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도 물론 많다.

어떤 사람들은 화학산업에 있어서 기술혁신의 잠재성이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조짐이 보이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반면 또 다른
사람들은 화학산업이 또다시 무한한 가능성을 안은채 발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어쨌든 화학산업이 모든 산업의 기초가 되는 한 우리의 미래는 매우
희망적이며 화학산업이 강한나라, 즉 "화학강국"이 선진국가가 됨은
당연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이 시점에서 세계 주요 화학기업들이 올해 높은 실적을 달성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사실 지난 몇년간의 이익률 증가는 94년초의 몇몇 사고로 인한 공장
폐쇄에 따른 원가상승에 기인한 것이다.

이들 화학기업들은 그래서 목표를 양적인 성장에 두고 있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그동안 높은 이익률을 기록한 화학기업들은
리스트럭처링, 즉 혁신을 통해 이를 실현했기 때문이다.

혁신은 크게 세가지로 나뉘어 실시돼 왔다.

첫번째는 의약품 및 정보소재와 같은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을 통한
사업의 다각화이다.

두번째는 특정 품목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방향이었으며
세번째는 생산에서 유통까지 전 공정을 대상으로 비용절감 운동을 전개
했다는 것이다.

이들 선두 주자들은 범용화학 제품은 물론 고분자나 정밀화학 합성
가공시스템 서비스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갖게 될 것이
분명하다.

선두 주자를 뒤쫓는 기업의 목표도 이와 유사한 것이 될 것이다.

그러면 화학기업이 고도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21세기의 정보기술과 생명과학을 위한 신소재의 대부분은 화학산업
으로부터 얻어질 것이 분명한 만큼 이 분야에 연구.개발투자를 집중
시켜야 한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인포메이션 프로세싱과 레코딩, 그리고 트랜스
미션에 필요한 좀더 빠른 휴대용 도구를 개발해야 한다.

고분자 및 그 응용기술은 특히 전자와 광학분야에서 크게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으로 플라스틱 메모리 플리스틱 광학섬유비선형 고분자
광학스위치 등을 들 수 있다.

생명과학분야에서는 암 에이즈 노인성치매와 같은 질병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집중 연구해야 한다.

또 노화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젊음과 미를 어떻게 하면 좀 더
지속할 수 있는지도 연구 대상이다.

화학산업은 약물전달체계 단백질 엔지니어링 및 생산체계의 개발을
위한 적절한 소재 및 공정의 제공 또는 전체적인 합성법의 개발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가진단 자가치료 그리고 환경 적응능력을 갖춘 정보소재의 개발에
따라 화학업계에도 정보시대가 도래하고 궁극적으로 소재 자체가
소프트웨어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화학산업의 미래가 희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반인들의 화학산업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왜곡돼 있다.

대기 수질 토양오염 등 각종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화학산업을 비난
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른 각종 환경관련 규제는 투자를 억제시킨 커다란 요인이
돼왔다.

폐기물 처리 및 절감, 오염의 방지, 지구온난화 현상 방지, 오존층의
보호 등이 주된 환경문제다.

그러나 누가 병든 지구를 구하고 산업발달과 일상생활에서 초래되는
더 이상의 오염을 줄일 수 있을까.

오직 화학산업만이 이를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살펴 보면 더욱 그렇다.

화학산업이 대기 토양 수질오염의 주범으로 비난받고 있지만 전체
폐기물의 5%이하가 화학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6%정도만이 화학업계에서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일반 대중들이 화학산업과 환경에 관하여 균형을 잃은 인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화학업계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다행히 화학업계는 환경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산화질소와 산화황 및 각종 화합물에 의한 수질오염 해결을 위해
다양한 기술을 이미 확보했고 공정 및 소재 개발을 통한 효율성 향상의
과제만을 남겨두고 있는 정도다.

새로운 대체연료와 에너지자원 개발을 위해서도 화학산업은 부단히
노력해 왔다.

주요 자동차 생산회사들은 21세기초까지 전기자동차를 생산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잡고 있지만 이 계획의 성공은 어디까지나 화학업계의
새로운 배터리 개발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화학산업은 21세기의 유망산업인 정보통신 의학 환경관련분야에서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특정한 구조와 성질을 갖는 소재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정법을 마련해
줄 수 있는 것은 화학밖에 없다.

화학 없이는 어떤 산업도 발달할 수 없다.

수많은 환경 문제도 각종 화학기술로써 성공적으로 해결되어질 것이며
이는 성장성이 큰 새로운 비즈니스 찬스를 제공해 줄 것이다.

요컨대 오직 화학산업만이 소재와 공정의 개발에서부터 각종 기술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도구를 마련해 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21세기는 화학산업의 르네상스시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또 새로운 산업혁명에 불을 당길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