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보호원이 발표한 "주요수입상품 유통마진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국민의 "외제병"과 고소비풍조가 얼마나 깊고 넓게 퍼져있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외국산 청바지가 수입원가의 5배 가까원 높은 가격으로, 화장비누와
아동복이 각각 4배이상의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조사대상 24개 품목의 평균 유통마진율은 209%로 수입원가의 3배이상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이같은 평균 유통마진율은 국산품(40.4%)의 5.2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유통업체가 외국제품 수입판매에 열을 올리는 이유를 알만하다.

수입품의 마진이 이처럼 높은데다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고가 유명브랜드집착병이 낳은 기형적인 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유통업자들이 비싼 외제브랜드제품일수록 품질도 좋다는 인식을 교묘히
퍼뜨려 소비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소비자들이
맹목적인 외제병과 사치병에 걸려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물론 수입품의 경우 국산품과 달리 광고는 물론 마케팅 사후관리까지
모두 수입업자가 부담해야 하므로 실제로는 유통마진이 그리 크지 않다는
수입업자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얼마전 소비자단체의 시장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미국산 청바지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값에 부티나게 팔리는우리의 유통구조와 외제선호심리는
어떤 수단을 쓰든 바로잡지 않으면 안된다.

이는 우리 경제의 최대현안인 무역적자 개선을 위해서도 매우 긴요한
일이다.

올들어 소비재 수입증가율은 지난 7월 20일현재 20.8%로 자본재(7.4%)와
원자재(14.4%)및 전체수입증가율(11.8%)을 크게 웃돌아 소비재수입이
전체수입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경제하강에 따라 자본재와 원자재 수입이 주춤해졌는데도 소비재수입만은
매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현상을 그대로 방치하고서는 건실한
국민경제를 기대할수 없다.

수입상품의 터무니없는 가격은 결국 물가안정을 위협해 국민경제에
큰 해악을 주게된다.

개발을 해서 외국상품이 많이 들어오면 물가는 떨어지는 것이 원칙이다.

값싼 공산품이나 농산품 등은 그 자체로 물가안정에 기여하고 비싸고
질 좋은 상품의 수입은 관련 국내업체의 경쟁을 유도해 결국 가격은
떨어지고 품질은 좋아지게 된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처럼 수입업자나 유통업자만 엄청난 폭리를
취하면서 과소비풍조심화를 조장하고 있는 것은 개방의 혜택을 모두
이들에게 주고 국가와 소비자는 개방의 부작용만 구스란히 떠안는
꼴이 된다.

수입품의 폭리를 막기위해서는 병행수입제의 확대실시와 수입원가
표시제의 철저한 이행으로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토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일수 있다.

이에 국산품의 품질향상노력이 뒷바침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최종 열쇠는 소비자들이 쥐고 있다.

수입품의 폭리를 가능케 하는 지나친 자기괴시적 소비행태에 일대각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