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반영이란 큰 기대 만큼 개원 지연에서 보인 실망도 컸던
15대국회가 사실상 첫회기인 180회 임시국회를 오늘 폐회한다.

개별 상위는 몰라도 9월 정기국회 전에 본회의 소집을 바라긴 힘든다.

3주간의 기대에 못미친 운영을 자성, 오늘 하루라도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여야가 노력해주기를 바라는 수밖엔 없다.

지난 8일 이후 상위 구성상 마찰이나 영수회담 불발에도 불구,
본회의-상위의 모든 일정은 외견상 큰 차질이 없었으니 그나마 성공이라
할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내용에서 그렇지 못한데 있다.

본회의건 상위건, 다선이건 초선이건 가릴것 없이 기본 발상에서 국회를
국회답게 운영, 국민으로 하여금 이번엔 제대로 국회를 뽑았다고 만족을
주기엔 거리가 너무 멀다는 생각이다.

개별로 정성과 노력이 담긴 내실있는 질의가 눈에 띄고 국민이 하고싶은
말을 대신하는 예가 없진 않았다.

그러나 의원 대부분의 언동은 거시적으로 이 시점에 이 나라가 갈구하는
바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서 출발하기 보다 과거도 앞으로도 자신의
정치생명을 좌우할 당의 지도부를 더 많이, 아니 더러는 전적으로
인식했다는 의구를 벗기 힘들다.

거시적 시각이란 말을 애국애족 운운하는 과거 구름잡는 식의 장광설과
혼동해선 안된다.

방향과 목표는 거시적으로 잡되 거기에 접근하는 방법론의 한부분을
분담해 깊이 파고드는 자세야말로 새 의회정치의 모델이다.

이것은 자신이 나 선거민의 분풀이를 위해 특정인을 노린 독설과 구분됨은
물론이다.

현실은 어떤가.

본회의 연설이나 질의도 당의 정책기조에서가 아니라 거의 당의 정상만을
의식해 극언도 불사, 불씨를 지핌으로써 정국을 경화시키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또 대부분 상위가 그랬듯이 지엽말단 사항에 긴 시간을 쏟아,
결과적으로는 본류와 너무 먼 거리에서 국정이 미로를 헤매도록 만든다.

솔직히 요즘 신문을 읽든 방송을 보든 올림픽 과잉 분위기까지 겹쳐
국회가 지금 무슨 논의를 하고 있는지 국민이 파악하기 힘들게 돌아간다.

여기서 매체 대부분의 중심없는 태도에 문제가 없진 않다.

그러나 이 역시 국회와 정치와 정부가 눈뜬 의식으로 책임을 다한다면
건질수 있는 상황이라 본다.

가칭 해양부 신설 정부조직법 개정만해도 그렇다.

해양부 필요성이 제기된지는 실로 10년이 넘고 여야도 따로 없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단간 새상임위 배분을 연결해 연기도 불사한다
함은 본말전도다.

큰 흐름을 볼때 현하 정국의 최대 관건은 첫째가 차기 대선이다.

이는 각당이 대선후보를 내기까지 지속될 성질의 문제이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결국 거물 영수들이 대소-완급-공사를 구별하는 데서 단서를 찾을
수밖엔 없다.

둘째 절대 과반의석 아니고는 정국 리드를 하지 못하는 한국정치의 한계
극복이다.

간신히 만든 여대로는 다수결 강행이 역부족이다.

하지만 이는 장벽이 아닌 진실한 대화정치, 무더기 통과 아닌 독회를
거치는 법안 심의 복귀의 호기다.

우선은 차분한 마무리로 실망을 덜고나서 대선에만 매달리는 정치풍토
개선에 힘쓰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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