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창 <무역진흥공사 과장>

영국은 인구 7천만명의 유럽 유수의 큰 시장이다.

그러나 섬 나라여서인지 영국에 수출하려는 우리기업들의 의욕은
독일이나 프랑스등 비슷한 규모의 유럽 선진국시장 개척노력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것 같다.

필자는 최근 3년간 런던무역관에서 근무하며 우리수출업체들과
영국비지니스맨들간의 수많은 상담을 주선해 주었다.

그런과정에서 영국의 상무성안에있는 한국전담요원들과도 친해졌으며
그들이 한국에 진출하려는 영국업체들에게 모두 10가지 유의사항을
제시하고 있을을 알게됐다.

그 10가지내용은 이를테면

* 한국에서의 비지니스는 대부분 접대과정에서 이루어진다
* 중소기업의 경우 사장이 전권을 행사한다
* 한국비지니스맨들은 선물에 약하다
* 자존심이 강해 영어를 못알아들어도 곧잘 Yes라고 대답해 혼선을
일으키는경우가 허다하다는점 등이다.

필자는 영국 상무성이 한국으로 수출을 시도하려는 자국사업가들에게
이런 정보까지 제공하고 있는터에 우리는 영국시장을 공략하려는
한국사업가들에게 어떤 가이드를 제공할수 있을까하고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런던무역관 생활을 마칠무렵 나름대로 다음과같은 10가지
"영국시장공략법"을 정리할수 있었다.

첫째, 영국의 비지니스는 철저한 사전약속에 의해 이루어짐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리 중소수입상이라해도 최소한 2주전까지는 사전약속을 해야한다.

둘째, 상담할때 영어를 잘 알아듣지못하면 몇번이고 확인해야 한다.

잘 알아듣지못하면서도 바이어앞에서 알아들은양 처신하다 나중에
곤욕을 치루는 경우가 흔히있다.

영어가 완벽치 않다면 차라리 통역을 채용하는것이 바람직하다.

세째, 상담시 지키지못할 약속은 분명히 No라고 대답하라.

바이어의 환심을 사기위해 무리한요구나 지키지못할 일을 상담시에
약속해놓고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않다.

네째, 런던이 영국의 다는 아니다.

런던이외에 버빙험 글라스고우 만체스타등인구 수백만의 도시들도
얼마든지 우리수출업체들의 공략대상이 될수있다.

다섯째, 영국사람들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조급하기로 유명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담후 가시적인 성과가 없으면
쉽게 포기한다.

그러나 영국사람들은 유럽의 다른나라 사람들에 비해서도 훨씬 상담진행
속도가 느린만큼 인내를 갖고 꾸준한 관계를 유지하면 의외의 성과를
올릴수 있다.

여섯째, 영국 출장시에는 시장조사에도 상당한 시간을 배정함이
바람직하다.

자기가 팔려고하는 상품의 현지시장정보도 없이 바이어를 만나봤자
헛수고 하기 일쑤일것이다.

일곱째, 영국에서 활동하는 아프리카 바이어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나이지리아 가나 케냐등의 바이어들은 영국에서
많이 활동하는데 때때로 사기꾼도 있지만 알짜배기 바이어들도 의외로 많다.

여덟째, 영국에서 개최되는 전문전시회 및 박람회에 적극 참가하라.

사실 영국과같은 선진국에 샘플 몇점 들고온 한국사업가들이
유력바이어들과 상담하기란 쉽지않다.

소위 빅 바이어들은 전문전시회나 박람회를 찾아다니며 상담을 벌이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독일 프랑스 또는 이태리 위주의 전시회 참가에만
치중하는 듯하다.

아홉째, 상담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바이어의 양해도 없이 담배를 피운다든가 양복이 아닌 편의복을 입고
상담에 응하는 행위는 예의를 중요시하는 영국인들에게 큰 실례로 받아들여
질수 있다.

열번째, 영국으로 출장오면 PUB(영국인들의 선술집)에 들러볼 필요가
있다.

이곳에 앉아있으면 영국인들의 문화를 쉽게 이해할수 있게된다.

아울러 상담후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영국바이어들을 한국식당으로
초대해 부담을 주지않는 범위내에서 우리전통음식을 대접해 봄직도
하다.

별로 우리음식을 접해보지 않았던 그들에게 좋은 추억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 10가지 유의사항과함께 좋은품질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갖고 영국시장 공략에 나선다면 우리바이어들은 언제나 훌륭한 성과를
거둘수 있으리다 확신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