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석 <단국대 교수 / 농경제학>

식용쌀 수입과 함께 농업분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더욱이 최근 쌀을 포함한 곡물재고가 사상 최저수준(96년:13.3%)을
나타내는 등 세계 곡물사정이 크게 악화되어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북한의 식량부족이 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해지면서 식량안보 문제는
이제 국민들 사이에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어떻든 농어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한편 UR타결과 함께 농어업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되고 있으나
투자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여론이 있는 것 같다.

최근 들어 타산업부문에 비해 꽤 많이 투자했는데도 농어업생산은 크게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의 주식인 쌀의 생산량이 감소하고, 이에따라 쌀자급율도
1990년도의 108.3%에서 5년만에 91.4%로 낮아지면서, 일각에서는
"농어업부문에 대한 투자 무용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물론 재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농어업에 투입하는
정부자금의 지원효과에 대해 과학적인 분석을 하여 납세자인 국민들에게
알리고 평가를 받아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농어업은 타산업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첫째, 농어업은 투자효과가 공업처럼 수년 내에 나타날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소농구조 하에서 경지정리등 생산기반정비사업은
현세대의 우리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우리의 후손을 위하여 장시간의 대규모
투자가 요구된다는 점이다.

사실상 우리나라의 경우, 농어업에 본격적인 투융자가 이루어진 것은 불과
2~3년밖에 지나지 않은 일이다.

그간 공업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농어업의 본격적인 투자를 미루어
오다가 93년의 UR타결을 전후하여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막대한 자금지원이 뒷받침된 농어촌 구조개선사업이 실시된 것도
이때부터이고, 목적세를 신설해 농어촌특별세로 조정된 지금도 94년도부터
투자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볼때 농어업 투자효과가 충분히 나타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고, 따라서 이를 과거와 단순 비교하여 평가한다면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OECD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만큼 농업생산기반
조성과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시기이다.

아울러 농업에도 여러 과학기술을 응용한 고도의 첨단기술 도입이
요청되고 있다.

만약 지금에 와서 비전이 없다고 하여 지원을 중단한다면, 그동안 농업
분야에 투자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 우리농산물은 수입농산물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말 것이다.

둘째, 농업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는 전체 국민을 위한 투자이지
농어업인만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98년까지 투자되는 42조원 규모의 농어촌 구조개선사업의 25%는
투지기반 정비와 대도시 도매시장 건설 등 말그대로 농업인프라
구축을 위해 투자되고 있다.

또 2004년까지 15조원의 농어촌특별세를 재원으로 한 투자액의 40%는
농어촌도로정비 등 농어촌생활 여건개선과 농어민 연금, 의료서비스 등
복지증진에 쓰이는 것으로 되어 있다.

토지기반 정비, 도매시장 건설, 농어촌도로 정비 등은 생활을 위한
기초시설로 생각해야 한다.

세번째는, 한 농가당 투자지원되는 예산이 선진국에 비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이다.

더구나 선진국들은 50~100년 동안에 걸쳐서 누적적으로 투자해 온 것으로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미국이 호당 2,400만원(91년) 프랑스가 2,50만원(83년)으로 우리의
368만원(95년 기준)보다 많음을 알수 있다.

1963년이후 농업구조개선사업을 계속 추진해 오고 있는 일본의 경우,
우리의 농어민 1인당 예산이 13만5,000원에 머물렀던 1983년에 이미
68만엔(233만원, 경상가격)이었고, 1994년에는 89만엔(671만원)으로
늘어났다.

더욱이 대부분의 자금이 농업인프라 부문에 쓰여지고 있는 우리와는
달리, 일본의 신농정및 UR대책은 쌀의 경쟁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고,
1993년부터는 향후 10년간 토지개량사업에 41조원을 투자한다는 추가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는 것을 볼때 우리의 투자규모를 결코 과대평가해서 안될
것이다.

선진국 모두가 기초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FAO는 금년 11월 로마에서 식량정상회담을 열어 모든 나라가 자국의
기초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선진 농업국가가 대규모 투자를 해서 이루어낸 것이 농업구조개선사업이라
할때, 비록 우리 경제가 처한 사정이 어렵더라도 농업분야에 대한
투자효과가 적다는 성급한 판단에 앞서 좀더 인내하고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농업은 생명산업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농어업 투자효과는 경제가치보다는 장기적 생명가치의
척도로 가늠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