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점심시간은 무척이나 짧다.

약 1시간안에 식사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사무실이 밀집된 지역의 식당가에서 제때 밥찾아먹기는 차라리 전쟁이다.

몸으로 느끼는 점심시간은 그래서 더욱 짧다.

그러나 신세대 직장인에게는 1시간도 요긴한 "짬"이다.

자신의 개성을 살리기에는 충분한 시간.

자기 하기에 따라서는 물리적인 1시간이 무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제일증권 채권부 최준호대리(33)가 시간을 늘리는 대표적인 예.

최대리는 점심시간이 되면 회사 지하 수영장으로 달려간다.

헬스기구로 잠깐 땀을 흘리고는 풀에 풍덩.

오전중 쌓였던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지는 순간이다.

30여분 수영하고 구내식당으로 달려가면 줄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다.

오후 업무시간이 되면 아침 출근때보다 더욱 원기왕성해진 최대리를
만날수 있다.

"잠깐 동안의 운동이지만 효과는 만점입니다.

새벽이나 일과후 따로 시간을 안내도 되죠.

직장상사 눈치를 안봐도 그만이죠.

낮잠도 안자게되고 건강도 좋아지고"

"물론 점심시간에 중요한 약속이 있으면 함께 가지만 밥먹고 커피마시고
잡담하며 시간보내기보다는 물속에 있는게 남는것"이라고 최대리는
얘기한다.

얌체같지만 실속파신세대의 대변이다.

삼성물산에 근무하는 김지영씨(25.여)도 점심시간을 알차게 쓰는
신세대 오피스걸.

식사시간을 이용해 미팅을 한다.

이름하여 "런치팅".

한달에 3~4회는 친구를 통해 남자를 소개받는다.

"임도 보고 밥도 먹는" 두마리 토끼만이 아니다.

명색이 미팅인지라 만나는 장소도 우아한 곳으로 골라 분위기도
낼수 있다.

미팅이 없는 날이면 그녀는 동료들과 식사를 빨리 끝내고 근처 노래방에
간다.

포켓볼도 즐긴다.

그러기위해서는 김밥이든 햄버거든 지극히 간단한 요깃거리면 된다.

나머지 점심시간에 충분히 재미있게 놀수 있다.

운동이나 미팅으로 점심시간을 보내는 신세대 직장인만 있는게 아니다.

점심시간 본래의 의미(?)를 충실히 지키려는 신세대도 있다.

현대경제사회연구원에 근무하는 김범구씨(28)가 그런부류다.

김씨는 직장동료 혹은 대학동창등과 함께 음식사냥을 나간다.

짧은 시간이라도 맛있는 곳에서 식사를 하기위해 먼데를 마다하지
않는다.

목동에 위치한 "뼈다귀해장국집", 삼성동 "LA팜스", 양평동근처
"방치탕집", 삼청동 "수제비집"등 어디라도 좋다.

음식에는 맛이 있고 기쁨이 있고 철학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기회만 된다면 가수 노영심씨를 초대해 음식대담을 나누겠다는게
김씨의 꿈.

옛말에 시간이 금이라고 한다면 신세대 직장인의 점심시간은
다이아몬드다.

자기개발도 하고 즐기기도 하고 개성을 드러낸다.

그래서 더욱 빛난다.

< 정태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