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적인 증권제도개편안이 나왔다.

주식공급물량 조절제도를 폐지하고 공모가 결정도 발행회사와
주간증권사의 자율에 맡기는 대신 기업공개및 유상증자요건을 대폭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증권제도개선안은 관치에서 자율로의 전환을 기본골격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 하다.

증권감독원장의 구속등 증권관련 각종비리가 근본적으로 자의적판단의
소지가 큰 규제에서 비롯됐다고 볼때 자율로의 방향전환은 지극히 당연하고
때늦은 감조차 없지않다.

빠르면 10월부터 시행될 개편안이 몰고올 파고는 엄청날 것으로
여겨진다.

우선 기업공개나 증자를 준비하고있던 기업들중 절대다수의 계획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지난6월말까지 기업공개를 위해 감사인지정을 신청했던 159개사중
"납입자본이익률 3년합계 50%이상"등 강화된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20여개사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3년간 주당배당금 평균 400원이상"의 증자요건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유상증자가 불가능한 상장사가 60%에 달할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개편안이 당장 보탬이 되지않기는 주식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공모주청약예금의 메리트가 없어지는 것도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 보면
반가울게 없다.

1일 주가변동폭이 현재의 6%에서 내년초까지 10%로 늘어나는 것도
그만큼 투자에 따른 위험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책임의식을 요구하는
일면이 있다.

주가가 12, 13일 연이틀 내림세를 보인 것도 이번 개편안이 기대와는
달리 주식수요를 부추길만한 내용을 담고 있지않은데 따른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수 있다.

그러나 자율은 본질적으로 상응하는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증시 자율화가 시대적인 요구라고 본다면 기업 투자자 증권회사가
그에 따른 책임과 부담을 나누어 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정부 상장기업 증권회사 투자자등 증시관계자들의
자세가 달라져야 자율을 골격으로한 이번 증시제도개편안이 제 기능을
할수 있다는 얘기로 통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전시대적인 관치의식이 근본적으로 없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개편안만으로 관의 증시지배가 끝난다는 보장은 없다.

아무런 제도적 뒷받침도 없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기관투자가에게
순매수를 강요하는등의 행태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한다.

바로 그런 점에서 우리는 재경원이 이번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블랙
먼데이와 같은 주가대폭락등 비상상황이 아니면 증시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에 의미를 둔다.

그와 비슷한 다짐이 있었던게 한두차례가 아니지만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관우위의 시정, 그것이 자율이고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다.

그런 점에서 민간기업과는 달리 금융기관과 공기업에 대해서는
상장요건에 관계없이 재경원판단으로 상장을 시킬수 있는 조항등은
손 볼 필요가 있다.

엄격한 상장요건등은 증시상황에 맞게 조정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로인한 부작용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