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행정 민원을 처리하고 출장갈 곳의 호텔을 예약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뿐 만 아니다.

거실 한쪽에 놓인 대형 TV 스크린을 통해 부모는 막 송출되기 시작한
국내 위성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동안 어린 자녀들은 TV화면 모서리의
중첩 화면을 통해 PC통신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 왔다.

"컴맹"들도 "남의 나라 얘기"로만 치부했던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혁명에 힘입어 방송과 통신이 융합됨에 따라 "일방 통행형"으로
인식돼 왔던 TV의 개념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TV는 더이상 단순한 방송 프로그램 시청도구로만 머물지 않고 사용자의
조작에 따라 원하는 정보통신을 이용할 수 있는 "진짜 만물상자"로
변신하고 있는 중이다.

기존의 TV는 방송국들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일방적으로 송출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기기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바보상자"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요즘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TV는 다르다.

개별 사용자와 TV가 서로 대화하는, 쌍방향성의 시스템 매체로 새롭게
자리매김되고 있다.

말 그대로 "만물상자"로서 화려하게 재탄생하고 있다.

"대화형(Interactive)TV"라는 당당한 명함을 들이밀며 일약
멀티미디어의 총아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TV 르네상스"로 불릴 만한 이런 변혁의 물결은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의
전자업체들 사이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의 주요 컴퓨터와 가전업계는 대형 단말기(TV) 한대로 지상파.케이블
방송 시청은 물론 홈쇼핑 컴퓨터 게임 PC통신 비디오 음악감상 등에
이르기까지 활용이 가능한 "꿈의 수상기" 개발 경쟁에 본격 나선지 오래다.

TV시청 정보통신 여가선용 사무기능 등을 TV 수상기 한대로 충족시킬
수 있는 "텔레토피아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는 것이다.

LG전자가 지난달 개발,시판하기 시작한 "PC통신 TV"는 이같은 새 물결을
보여주는 대표적 첨단 제품이다.

이 TV는 1만4,400 bps 급의 고속 모뎀을 장착, TV 화면을 통해 PC통신이
가능토록 한다는 개념아래 개발됐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초보자들도 손쉽게 리모컨만으로 "정보의
바다"인 PC통신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한 것.

더욱이 이 TV는 기존 PC 모니터보다 훨씬 큰 29인치 초대형 화면을 통해
주식 부동산 홈쇼핑 홈뱅킹 뉴스 등 유익한 생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누구든 안방에서 손쉽게 풍부한 정보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

삼성전자는 TV에 비디오CD(콤팩트 디스크)를 연결, 고화질의 동화상을
재현할 수 있는 복합TV를 개발한 데 이어 PC통신이 가능한 차세대 TV를
곧 내놓을 계획이다.

대우전자는 일반 전화선이나 케이블을 이용, 전송된 영상이나 음성
정보를 실시간으로 재생할 수 있는 I-케이블TV(대화형 케이블TV)를
개발중이다.

대우는 특히 현재 선보이고 있는 VOD(정보 주문형 비디오)는 화질 등
기술 수준이 낮아 대중화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기존 전화선 대신
케이블TV 라인을 이용하는 기술을 연구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초고속 정보통신망인 ATM과 MPEG 2를 이용한 화질과 성능
및 기능 면에서 훨씬 우수한 첨단 제품을 조만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이같은 차세대 "텔레토피아 기기" 개발은 외국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네트TV사는 PC 전문업체인 게이트웨이 2000사와 함께 PC.TV
겸용 수상기를 시장에 내놓은 상태다.

반도체회사인 인텔사도 이에 뒤질세라 같은 제품의 개발에 뛰어들었으며
프랑스 톰슨사의 미국 현지법인은 한발짝 더 나아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TV를 내년중 시판한다는 계획아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전기도 인터넷 겸용 32~40인치 대형 TV수상기를 내년중
시판할 계획이다.

소니도 올초 이와 비슷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은 뉴미디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관련 시스템 개발.

미국의 타임워너사는 지난 94년부터 미국 올랜도 지역의 4,000가구를
대상으로 <>무비 온 디맨드(MOD) <>쌍방향 홈쇼핑 <>쌍방향 게임 <>쌍방향
프로그램 가이드 등의 통합 네트워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같은 "시험 비즈니스"가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있다고 판단,
조만간 각 지역의 공립 도서관을 각 가정과 연결해 가입자가 언제 어느
때라도 필요로 하는 자료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서비스 프로그램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같은 TV의 복합화 텔레토피아화는 "인간이 달에 착륙한 것에 비견되는
인류 과학문명의 대역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멀티미디어 바람을 타고 TV에 르네상스라는 새롭고도 힘찬 물결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일반 대중 모두가 그 최대의 수혜자임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