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홍이 방물들을 산다는 핑계로 오랜만에 시녀를 데리고 영국부를
나와 외출을 하였다.

그런데 언홍에게 있어 방물을 사는 것은 두번째 일이고 의원을 찾아가
가사의 몸 상태에 대하여 상담을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가사의 몸 상태에 대하여 상담을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가사의 갖가지 애무로 인하여 늘 몸이 달아오르면서도 진정한 절정감을
맛보지 못해 애태우고 있는 언홍은 어떤 수를 쓰더라도 가사의 몸을
살리고 싶었다.

그리하여 본처인 형부인의 얼굴에서 첩인 자기를 멸시하는 듯한 싸늘한
미소를 지워버리고도 싶었다.

언홍은 시녀에게 돈을 쥐어주면서 방물들을 사놓으라고 지시를
해놓고는 자기는 남자의 몸을 살리는 데 용하다는 소문이 나 있는
의원을 찾아갔다.

의원은 언홍의 이야기에 유심히 귀를 기울이더니 서가에서 낡은
책 한권을 꺼내어 가지고 왔다.

언홍이 책 제목을 보니 "천금요방"이었다.

천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처방이라는 뜻인 모양이지.

하긴 남자의 몸을 살리는 일이라면 천금이 이까울 것도 없지.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언호이 의원을 주목하였다.

"이 책은 천여년전에 살았던 유명한 당나라 도인이요 의원인 손사막이
지은 책이오.

원래는 30권으로 나뉘어져 있었지만, 송나라 원나라 명나라를 거치면서
인쇄술이 발달되어 이렇게 한권으로 묶이게 된 거죠.

이 책 중에서 특히 18절로 나누어져 있는 "방중보익이라는 부분이
남자의 몸을 살리는 비결을 담고 있지요"

방중보익이라. 언홍은 그 제목만 듣고도 어떤 내용들이 적혀 있는지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여기에 보면 말이죠, 남자에게 있어서는 40세가 인생에 있어서뿐 아니라
정력면에 있어서도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하였지요.

내가 한번 "방중보익" 첫머리를 읽어보지요.

남자는 40세에 이를 때까지는 대개 왕성한 정욕이 넘친다.

그러나 40세를 넘기면, 자신의 성적 능력이 감퇴하고 있음을 갑자기
깨닫게 된다.

성적 능력이 감퇴하고 있는 바로 그 시기에 수없이 많은 질병들이
벌떼처럼 그에게 덮친다.

그런 상화이 오래 계속되면 그는 결국 치료가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팽조는 말하기를, 한 인간의 몸을 다른 한 인간의 몸이
치유해주는 그것이 바로 진정한 방중술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남자가 40세가 되었을 그때가 방중술에 관해 철저한 지식을
얻어야 할 때이다.

이렇게 볼 때 말이죠, 댁의 서방님은 40대에 들어 자기 관리를 잘 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자신의 성적 능력이 감퇴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 아주
조심스럽게 방중술의 원칙을 지켜나가야 하는데 그만 이전에 하던 식으로
방탕한 성생활을 계속했다는 이말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