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해안지역에 있는 실리콘 밸리가 전 세계로부터 "사람 물자 자금"을
흡수하며 팽창을 계속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는 이제 단순한 반도체등 첨단산업의 집적지가 아니다.

벤처기업을 잇따라 만들어 내며 새로운 경영모델과 자금의 공급시스템을
창출, 지금까지의 산업.금융 시스템의 상식을 흔들어 놓고 있다.

짐 클라크.불과 15년동안에 <>실리콘 그래픽스와 <>네트스케이프 커뮤니
케이션스라는 2개의 급성장기업을 탄생시킨 그가 세번째의 기업을 하려
하고 있다.

작년말 실리콘 밸리에 설립한 헬스 스케이프사는 인터넷을 이용한 의료
정보를 제공한다.

이 새 회사에는 이미 크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바이야즈등 일류의 벤처
자본가(VC)가 출자했다.

창업 1년여만인 작년에 주식공개를 한 네트스케이프의 성공으로 크게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또 주식공개냐"며 주위는 소동이다.

일본이라면 평균 30년, 전 미국에서는 7년, 실리콘 밸리에선 최단 1년.

주식공개에 필요한 시간은 눈깜빡할 사이로 짧다.

1년 사이클로 잇따라 회사를 만들어내는 "다산형경영"이 대두한 밸리에
종래의 시간축은 통하지 않는다.

실리콘 밸리의 두뇌인 스탠퍼드 대학은 모의비즈니스 강좌가 숱하다.

학생이 비즈니스 플랜을 발표하는 교실의 뒤에는 벤처자본가들 여럿이
진을 치고 있다가 "유망한 안"에는 즉각 투자해 회사를 설립한다.

95년의 미국VC 투자총액은 전년비 48%증가한 74억달러인데 올해엔 1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업계에선 추정하고 있다.

"최근의 공개주 인기는 지나치다"는 소리도 있지만 "기대"를 사는 것이기
때문에 종래의 투자척도는 무시한다고 얼마전에 주식을 공개한 인터넷
검색서비스회사 "야프"의 공동창업자 줄리 얀은 말한다.

자금은 계속 흘어 들어오고 있어 실리콘 밸리는 마치 "기업실험실" 같다.

"대학-기업의 인력, VC자금 등이 집적해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샌프란시스코의 유력투자은행 핸플레크토 퀴스트의 빌 핸플레크토 회장은
말한다.

산학협동의 모델이라고 불려 온 실리콘 밸리에 금융까지 가세, "산학-금융
일체화"된 것이 질주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기업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갖가지 경영방식을 창출해내고
있다.

인텔은 매출액의 20%이상을 설비투자에 쏟아붓는데 종업원4만명 규모가
된 지금도 벤처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준민한 코끼리가 될 것"(클레이그 바렛 부사장)이라며 고성장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트워크기기의 시스코시스템스는 대형매수로 기술과 제품군을 보전해
가면서 매출고를 연간 60~100%씩 늘려나가고 있다.

사원 4,000명중 절반은 1년이내의 신입사원이다.

마치 기계의 부품처럼 부사장급까지 마구 갈아치운다.

이것을 "신흥기업의 이색경영"이라고 간과해선 안된다.

시스코사의 주식싯가 총액은 이미 320억달러이다.

매출규모면에선 7배이상의 이스트만 코닥(250억달러)등을 제쳤다.

무명에 가까운 회사가 기존의 거대기업을 추월해버리는 대역전극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분권경영 <>사내 전자메일 <>스톡 옵션(일정의 가격으로 자사주를
매입할 권리).

이 모두 조직의 비대화를 막고 사원의 모럴을 유지하기 위해 실리콘밸리
에서 생겨난 신경영방식이다.

이 신경영시스템은 미국 서해안지역에서 탄생하여 전미국으로 전파되고,
나아가 세계적인 경영시스템으로 씨를 뿌려 가고 있다.

선진을 지향하는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세계 신조류에 대한 인식을 보다
높일 때라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