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익상 < 한국리서치 사장 >


"기업을 도산시키는 것은 전쟁도 공황도 아니다. 그것은 신제품이다"

수년동안 신제품을 내놓지 않은 기업은 도산할 가능성이 많다.

신제품의 연속적인 실패 역시 기업을 도산으로 몰아 넣는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신제품을 실패했던 쓰라린 경험을 가진 기업만이
히트 상품을 탄생시킨다.

신제품 성공의 첫번째 요소는 품질이다.

기존 제품보다 무조건 더 좋아야 팔린다.

그것도 소비자들이 확실히 더 좋다고 인정할 정도로 좋아야 한다.

"새로 나온 것이라고 해서 사 보았더니 그게 그것이더라"고 하면 그
신제품은 다시 구매되지 않는다.

필자는 품질요인이 신제품 성공의 50%이상 비중을 차지한다고 본다.

두번째 요소는 유통이다.

소비자가 살만한 장소에 진열하여 놓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신제품이라도
팔리지 않는다.

광고를 보고 흥미를 느낀 소비자가 그 상품을 사려고 가게에 갔더니
없는 경우, 그 다음에도 또 없는 경우, 소비자는 "팔리지도 않는 물건을
광고만 해"라고 나무란다.

아니 속았다는 기분까지 느낀다.

유통이 신제품의 성공에 끼치는 영향은 대략 30%정도라고 본다.

세번째 요소는 가격이다.

소비자들은 신제품에 조금 프리미엄을 인정한다.

그런데 그 프리미엄의 정도가 아주 중요하다.

기존 제품보다 10%정도 비싸다면 신제품이니까 하고 그 가격을 인정한다.

그보다 훨씬 더 비싸면 오히려 호기심을 갖고 사 본다.

가격은 약 20%정도의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품질 유통 가격 세요소를 합하면 100%이다.

그런데 신제품은 100%로 성공하지 못한다.

100%를 초과하여야 성공한다.

그 초과분은 광고가 담당한다.

하루에 세개의 텔레비전 채널을 통해 나가는 광고는 대략 600~700개이다.

다른 광고에 비하여 눈에 띄고 귀에 들어와야 하며, 흥미롭고 믿음이 가야
하고 무언가 좋다고 생각되어야 그 신제품이 기억된다.

이 네가지 요소가 모두 다 완전히 들어 맞을때 신제품은 성공하는 것이지만
이는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10개의 신제품중 3개 이상은 실패(1~2년후 소매점에서 사라짐),
5~6개는 구색제품으로 유지, 1개가 성공작으로 될까말까이다.

이렇게 어렵게 성공한 신제품들이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선정한 96년도 상반기 히트상품이다.

소비자조사에서 전 부문 합하여 최고상으로 뽑힌 쏘나타III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쏘나타가 처음 나왔을때 "소나 타는 차"라는 비아냥을 기억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그 제조회사는 곧 쏘나타의 차 모양을 바꾸었으며 그 상표 이름을 국내외
시장에 과감하게 밀었고 차의 성능과 운전 편이성을 꾸준히 개선하였다.

쏘나타가 변모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기 제품의 단점을 과감하게 인정한
경영층과 실무진의 판단력, 그리고 재빠른 행동력일 것이다.

특히 모델 개선에도 불구하고 쏘나타라는 상표이름을 바꾸지 않고 I II
III로 지속적으로 사용한 브랜드 전략을 높이 사고 싶다.

BMW 벤츠 롤스로이스처럼 수백년을 이어 가는 브랜드로 컸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한국경제신문사 히트상품의 히트는 전문가들이 뽑은 마케팅상이
아닌가 한다.

마케팅계의 전문가들이 선정한 상인데, 막상 선정된 것을 보니까 수긍이
간다.

예를 들어 뉴트렌드부문의 김삿갓 소주는 우리나라 소주 60년의 역사에서
소주의 고급화를 처음 이룩한 혁혁한 성과이다.

그간 두세번 쓰라린 실패의 경험을 살려 이제 성공한 신제품이다.

역시 신제품의 성공은 그만큼 어렵고 또 값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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