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구 < LG경제연 책임연구원 >

러시아의 대통령선거가 오는 16일로 다가오면서 지구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대선의 결과 여부에 따라 러시아의 앞날이 또 한차례 바뀔 수도 있고
그에 따라 우리나라를 포함, 경제적 이해관계에 있는 나라들의 이해득실도
갈려질수 있기 때문이다.

세간의 관심은 우선적으로 어떤 후보가 당선될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압축하면 현체제의 옐친이냐, 공산당의 주가 노프냐 하는 전망이 된다.

대선 초반까지만 해도 예친은 열세를 면치 못했다.

경제개혁의 피해자격인 극빈층들이 옐친에게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후반에 접어들면서 옐친은 "차악선택론"에 입각한 지식층의
지지와 체첸분쟁 해결 등에 따른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옐친은 30%이상의 지지율을 획득하여 주가노프를
10%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1차투표에서는 옐친이 주가노프를 물리치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옐친이 과반수를 넘는 지지율을 획득하여 바로 대통령에 당선죄지는
못할 전망이다.

극빈층 농민 등을 주축으로 하는 공산당의 지지세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1, 2위 득표자간에 7월중 2차 결선투표가 치뤄지게 된다.

이변이 없는 한 결선투표는 옐친 대 주가노프의 대결이 될 것이다.

결선투표에서는 상이한 체제를 대표하는 2명의 후보자가 나섬으로써
곧 체제대결의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그 결과는 확신할 수 없지만 각종 여론 조서와 정황을 고려해 볼때 옐친이
역시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에 관심을 갖는 것은 결국 그에 따른 영향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서방측에서 원하는대로 옐친이 승리한다면 상대적으로 그 변화의 폭은
적을 것이다.

현재의 경제개혁정책 속도가 다소 느려지겠지만 민영화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외국인투자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반면 공산당이 집권할 경우 일부나마 과거 사회주의경제체제의 모습이
부활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민영화는 상당 부분 중단될 것이며 이미 민영화된 기업도 재국유화될
가능성도 있다.

서방측에서는 공산당이 집권하게 되면 무리한 복지확대로 국가재원이
부족해지는 한편 생산성이 둔화되는 등 비효율이 재발하면서 최악의 경우
경제붕괴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러시아 대선의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옐친이 재선된다면 기존의 한러관계 및 한반도 정세에는 커다란 변동을
가져 오지 않을 것이다.

반면 공산당의 주가노프가 당선될 경우 상대적으로 러시아와 북한과의
관계가 보다 긴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으로는 한러간 경협차관의 상황문제가 걸려 있다.

옐친이 재선되지 않을 경우 기존의 상환일정이 연기되거나 아예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와 러시아의 교역은 95년에 33억 880만달러로 4년만에 17배
증가했으며, 96년 들어서도 교역액이 전년에 비해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러시아 대선으로 인해 양국간의 교역량이 위축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교역은 단순한 물품이동이라는 특성상 현지직접투자와는 다르게 정치환경
변화에 앞서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러시아 대선이후 루블화 환율이 불안해지거나 수입보호정책이
강화될 경우 교역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옐친이 재선되면 우리 기업의 대러시아 투자 분위기가 위축될 이유가
없어지며, 오히려 이전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주가노프가 집권할 경우 우리 기업의 신규투자 분위기는 당분간
냉각될 것으로 보이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기존 투자의 회수도 고려될
것이다.

특히 우리 기업이 검토하고 있는 원유 및 가스유전, 삼림개발, 탄광 등
자원개발사업은 정권교체의 영향을 많이받을 수 있는 분야로서, 러시아
정국 추이를 세심히 관찰해 가며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러시아 역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자원개발사업에 외자가
필요하고 우리측에 협력을 요청하는 상황이므로, 정권이 바뀐다 하더라도
시기적으로 일시적인 제동은 걸릴 수 있어도 외국인투자를 근본적으로
배척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현재 러시아 극동 연해주지방 나홋카 자유경제지대에 한국전용
공단의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대선의 결과에 상관없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