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국내산업계를 둘러보기 위해 방한한 미 와튼스쿨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스테판 호크교수 등 교수 5명과 최근
호텔신라에서 ''정보화/개방화 따른 기업경영변화''란 주제로 특별좌담회를
열었다.

선우진 서울대 경영대학원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좌담회에서
참석한 교수들은 "한국기업들은 의욕적이고 진취적이며 글로벌시대를 맞아
자율적이고 개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역동력이 한국경제발전에 견인차역할을 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좌담회 내용을 싣는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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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석자 : 스테판 호크 < 교수 >
아놀드 로조프 < 교수 >
제프리 브룩수 < 교수 >
데니스 야오 < 교수 >
지텐트라 싱 < 교수 >
선우진 <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 / 사회 > ]]]

<> 사회 = 세계적인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 교수 다섯분을 한꺼번에
만나뵙게 돼 반갑습니다.

이번에 방한하게된 배경부터 들어봤으면 하는데요.

<> 스테판 호크(마케팅) = 지난 30여년간 고속성장을 일궈낸 한국경제의
실체를 직접 확인해 보자는 취지에서 한국을 방문한 것입니다.

8년전부터 일본을 대상으로 방문교수단을 구성해 매년 한 차례씩 일본의
정부 금융기관 연구소와 산업현장을 방문해왔는데 작년부터
아시아지역에서는 두번째로 한국을 방문대상국에 추가했습니다.

대학 강의와 연구의 밑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죠.

사실 각 국가경제간 상호작용이 긴밀한 글로벌시대의 세계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요 국가의 경제실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사회 = 전공별로 여러 산업현장을 둘러보셨는데 현장에서의 느낌은.

<> 아놀드 로조프(의료정책및 관리) = 의료관리(Health Care)가 전공인
저의 경우 현대중앙병원 삼성의료원을 방문했습니다.

현대적인 시설과 높은 수준의 의료진들을 갖춘 이들 병원은 미국의
유수한 종합병원과 대등한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삼성의료원은 인공위성과 컴퓨터를 이용, 미존스홉킨스 병원과
연계한 진료체계가 구축된 것은 물론 최첨단 의료기자재와 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미국에서도 보기 드문 세계 최고수준의 병원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한국과 미국의 의료정책을 비교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를 방문했는데
한국의 의료보험은 공적보험으로 전국민에게 적용되지만 수가가 너무 낮아
의료서비스의 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미국의 경우 사적 의료보험이기 때문에 4백만명의 저소득층이 보험혜택을
누리지 못하지만 의료서비스는 높은 수준입니다.

"부담이 낮으면 혜택도 낮다"( Low Premium, Low Benefit )는 진리가
적용된 셈이죠.

<> 스테판 호크 = 제일제당 신세계 롯데백화점 등 유통업계를 살펴본
저는 마케팅이나 신제품개발 측면에서는 상당한 수준에 이른 반면
유통부문은 상대적으로 낙후됐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부의 정책이 가격경쟁을 유발하지 않고 억제하는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경우 가격결정구조가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의 소비자보다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셈이죠.

가격경쟁을 유발해야 소비자들이 실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합니다.

또 자체상표보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의 상품이 너무 많아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 LG 브랜드가 미국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보이고 있는 것과 같이
장기적인 브랜드 이미지 제고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광고나 상품질을 높이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죠.

그것이 바로 세계일류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 제프리 브룩스(경영학) = 한국경제가 대기업들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경영자의 과감한 결단이 요구되는 프로젝트가 필요한 경제발전
초기단계에서는 이같은 체계가 효율적이지만 경제가 어느 정도 성숙한
단계에서까지 대기업위주의 정책이 필요한지는 의문입니다.

또 업종의 다각화보다 전문화가 필요한 현 시점에서 대기업위주의
경제체계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대기업 중심의 경제가 바람직한 측면도 엿볼수 있었습니다.

삼성그룹의 인력개발원과 같이 수만명의 임직원들을 끊임없이 재교육
하는데 엄청난 자금과 인원을 투입하고 있는 것을 봤을때 한국경제의 저력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사회 = WTO체제가 구성되는등 전세계적으로 시장개방화의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한국시장은 여전히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정부의 역할과 기업과의 관계를 논의하는 것은
어떨까요.

<> 데니스 야오(경영학) = 한국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은 매우 강력합니다.

아시아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죠.

각종 인허가나 기업의 투자관련 업무까지 간섭하고 때로는 제도적 지원도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활발하게 해외진출을 하고 있는 한국 대기업들이
이같은 상황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규제철폐( Deregulation )와 해외투자 자유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정부의 규제와 지원을 동시에 받던 대기업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정부에 반기를 든 셈이죠.

경제개발 초기에 정부에 종속됐던 대기업들이 대등한 관계로까지
부상하고 나아가서는 독자적인 성장정책을 수행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선진국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고 학문적으로도 정립된 이론이
없는 것으로 한국경제의 독특한( Unique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시대를 맞아 한국경제의 이같은 특징이 어떤 식으로 변화할
지는 모르지만 정부와 기업의 관계가 종속에서 대등관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기업이 정부를 무시하고 경제구조를 왜곡하는 수준으로까지
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세계경제에서의 한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정부와 대기업의 역학구조가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경제를 꾸려가는 것이 최선의 방안입니다.

정부나 대기업 어느 한쪽이 우위에 선 경제구도로는 무한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세계무대에서 어떠한 도전에도 대응하지 못합니다.

<> 사회 = 한국기업들의 해외투자가 증가하는 만큼 외국기업들의
국내시장 진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국경없는 무역전쟁시대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상황에서 한국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 지텐트라 싱(경영학) = 급변하는 세계경제환경에서 한국기업들은
세가지 측면에서 대응하리라고 봅니다.

첫째 대기업의 중앙집중적 의사결정체제가 계열사중심의 분권화된
의사결정체제로 전환, 좀더 유연한 조직으로 변모할 것입니다.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그룹내의 비효율적 계열사를 두고 경쟁력을 키울수는
없기 때문이죠.

아마 한국의 대기업들은 경쟁력있는 계열사중심으로 재편될 것입니다.

둘째 M&A시장의 형성등 기업경영환경의 변화도 한국 대기업들을 새롭게
변모시킬 것입니다.

대기업들은 계열사의 보유및 매각여부를 항상 생각하고 구조개편에
대응할것으로 보입니다.

셋째 인력양성이 좀더 국제화될 것입니다.

현재 한국기업들은 국내인력 양성에만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글로벌화된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한국중심의 문화보다는
좀더 세계화되고 보편적인 문화를 가져야하기 때문에 해외인력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것으로 예상됩니다.

<> 사회 = 한국에서도 인터넷이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고있는등 정보화가
갈수록 진전되고있습니다.

새로운 기업환경에 살아남기위해서 기업경영에서 정보기술( Information
Technology )의 적용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보기술 시대에서 기업이 성공하기위해 정보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있는지요.

<> 아놀드 로조프 = 의료정보의 경우 인터넷을 통한 활용작업이 꾸준히
전개돼오고 있습니다.

병원간 의료정보의 공유화작업과 의료치료의 정밀화에 컴퓨터가
동원되고있죠.

특히 의사들이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진단하고 처방하는 시스템 구축이
최근 활발히 진척되고있습니다.

자기공명영상장치(MRI)등이 대표적인 예이지요.

<> 스테판 호크 = 정보기술은 마케팅분야에서 하나의 혁신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소비자의 구매자료를 컴퓨터에 집어넣어 소비자요구를 분석,
재고와 반품 등을 감소시켜 낭비요소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물류수단이나 유통과정등에서도 광범위한 변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 데니스 야오 =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을 통한 상거래는 기업경영을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의 욕구가 무엇인지 주문을 받고 거기에 맞는
제품을 개발, 생산해내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게 됐죠.

방송을 통해 일방적으로 전파되는 상품소개와는 달리 인터넷은 소비자의
욕구가 무엇인지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바로 알수있다는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인터넷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쉽게 찾고 구할수 있습니다.

직접 주문도 할수있고요.

광고처럼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상호교류적( Interactive ) 인
것입니다.

더욱이 인터넷은 국가간 장벽을 없애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국제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고있는 것입니다.

<> 지텐트라 싱 = 정보기술은 지금까지의 경제체제를 변화시킵니다.

따라서 누가 정보기술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기업및 국가의 향방이
달라지게 되는 거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갈등이 일어날 수도있고 중앙정부와 지방간의
갈등도 첨예하게될 것입니다.

또 국경 개념이 없어지면서 글로벌한 경영방식과 국지적인 방식의
마찰도 빚어질 것입니다.

이같은 시대에서는 누가 어떻게 정보기술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하느냐가
경영의 핵심으로 부상하게 될 것입니다.

<> 사회 = 이제 화제를 바꿔 와튼스쿨의 교육방향에 대해 얘기를
나눴으면 하는데요.

<> 스테판 호크 = 전자혁명시대의 도래등 외부 환경변화는 미국
교육제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와튼스쿨의 경우 교육내용이 종전보다 훨씬 더 현장지향적으로 바뀌고
있지요.

커리큘럼에 이론강좌를 줄이고 컨설팅 프로젝트나 현장학습을 더 많이
배정하고 있는 식입니다.

또 글로벌 경제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와튼스쿨의 두드러진
특징입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판단력과 능력을 길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학교당국은 학생들을 미래의 지도자로 육성하기 위해 어떤 교과과정이
필요한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 정리=오춘호.송진흡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