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작 혐의로 증권당국을 고발하고 싶다"

어느 투자가의 한맺힌 말이다.

무계획적이고 일관성없으며 무정책적인 증권당국의 처사로 인해 이 나라의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재산증식" 목적으로 증권에 투자하다 피땀흘려 모은
돈을 두눈 뻔히 뜬채 날려버리고 있다.

작년초 종소세를 피한 수조원대 규모의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는 것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정부당국 등은 이 시점에서의 "재테크"는
오로지 "주식투자"라고 서슴지 않고 권했다.

그에 따라 많은 투자자들이 증권에 투자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집장만하려고 십수년 모은 돈을 좀더 불리려다 반 이상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금전적 손실도 엄청났지만 이에 따른 가족들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많은 투자자들은 역시"땀흘려 버는것이 정석"이라며 비통한 마음으로
주식을 팔고 나왔다.

인간들이 얼마나 초라하고 간사한 것인지 그후에도 눈과 귀는 매일
주식판을 오간다.

"안정기반 다질때까지 주식공급 억제" "정부 유례없는 강한 부양의지
표명" "금리인하"... 모두 호재뿐이다.

투자자들의 그 고통스럽고 두려운 마음을 조금씩 녹이기 시작하더니
증권시세판이 연일 벌겋게 달아 오른다.

이번에도 많은 투자자들은 당국의 정책을 믿고 잃어버린 투자금의
반본전이나마 찾을까하고 들어갔다가 당국의 물량공급 정책으로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우리 소액투자자들은 더 많은 신용융자나 대출을 바라지 않는다.

그것이 노름판의 꽁지돈과 무엇이 다르랴.

"투기"보다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정책"속에서 투자를 하고 싶은
것이다.

분명 주식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책임아래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듯 하루가 멀다하고 정책을 번복함으로써 주가를 왜곡시켜
정보면에서 엄청나게 뒤지는 일반인들로 하여금 끝없는 좌절감에 빠뜨리는
것은 증시의 앞날은 물론이려니와 사회적으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 객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한다"하면 "안하는 것"이요, 증권사나 기관이 "매수추천"하면 듣는 순간
"그 주식을 팔아라".

그렇게만 했어도 지금의 처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의 증시도 "회복되겠지"하는 희망보단 "결국엔 손"이겠구나하는
분위기이다.

결코 떼돈을 벌고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좀 더 나은 수익을 바라다 수익은 커녕 알거지가 될 직전에 놓여 있다.

힘없고 약한 개인을 증시기반 강화의 명목으로 끌어 들였으면 눈물은
흘리게 하지 말아야 한다.

언론은 고통받는 개인투자자(정말이지 이젠 빠져 나갈 수 없는)를 위해,
그리고 증권당국과 기관이나 대주주들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줄 것과 단순히
기관이 흘리는 정보를 싣는데 그치지 말고 자체검증을 거쳐 보다 객관적이고
신뢰성있는 내용을 실어주었으면 한다.

증권사나 기관들 또한 자기의 이익만을 위해 개인투자자들을 이용하거나
자사의 물량보유주를 처분키 위해 매수추천하는 일은 추호도 없기 바란다.

이호권 < 부산 동래구 온천2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0일자).